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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일품 복달임 민어의 수난


오늘이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다. 장마가 끝나 일년 중 가장 덥다지만 올해는 장마가 의외로 길어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직 멀었다. 대서는 중복(中伏)과도 시기적으로 비슷한데 이번엔 딱 겹쳤다. 한자어 엎드릴 복(伏)자는 개(犬)가 사람(人) 곁에 엎드린 모양새라 해서 만든 회의문자다. 한여름 기세에 눌린 사람의 형상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삼복 더위를 피하는 지혜를 일찌감치 터득했다.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혔는데 이를 탁족(濯足)이라고 한다. 나랏님이 조정대신에겐 왕실얼음창고인 내빙고(內氷庫)를 열어 얼음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보양식도 빼놓을 수 없다. 개장국서부터 삼계탕에 이르기까지 열을 다스릴 먹거리는 많지만 미식가 사이에선 민어가 으뜸이다.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말도 있다.

△민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살은 껍질과 함께 회로 먹어도 좋고 찜으로도 제격이다. 10년 이상 자라면 무려 1m에 이르는 게 민어다. 뼈와 머리는 내장과 함께 푹 고아 매운탕으로 먹는다. 미식가들은 쫀득쫀득한 부레를 최고로 친다. '홍어의 진미가 애(간)라면 민어엔 부레가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민어가 일품 복달임 메뉴가 된 것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기도 하거니와 한여름에 제 맛을 내기 때문.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기도 자르르 흐른다. 그래서 알배기 직전의 암컷을 최고로 친다.



△민어(民魚)는 백성의 물고기라는 이름처럼 흔한 생선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제철을 맞은 요즘 그야말로 금어(金魚)다. ㎏당 1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서해안 전역에서 퍼올렸으나 요즘은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만 잡힌다. 기후변화 영향도 있겠지만 산란기에 촘촘한 그물로 훑으니 어족이 고갈될 수밖에. 조기만한 크기의 '민애'까지 잡아들인다. 복달임 광풍에 애먼 민어의 수난시대다. 이러다간 씨를 말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보양식도 좋지만 산란기까지 그물질을 해야 하나.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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