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잇따라 통화가치 방어에 뛰어들고 있다. 각국 정부마다 최근 투자자금 이탈로 통화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하는 등 자국 통화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최근 브라질 헤알화의 통화 가치가 달러대비 6% 이상 급락하면서 브라질중앙은행이 통화 안정을 위해 보유 외화 27억 달러를 투입해 손실을 줄였다고 25일 보도했다. 지난 23일 미국 뉴욕 외환 시장에서 헤알화 가치는 전날보다 1.90달러(3%) 급락했다. 9월 들어서만 헤알화 가치는 17.65% 폭락했다. 폴란드중앙은행 역시 같은 날 "상당한 양의 달러와 유로화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즐로티 가치는 유로화 대비 8% 이상 폭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9월 들어 달러 대비 약 5% 하락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도 "더 이상의 통화 가치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달러를 매도해 루피아를 사들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환당국이 23일 하루에만 50억 달러를 시장에 쏟아 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지난 2008년 7월9일 4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초대형 물량 개입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가뭄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일시에 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빠진 자금들이 달러와 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신흥 시장의 자금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마찬가지로 신흥국에 투입된 투자금이 회수되면서 해당 통화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신흥국에서 대규모의 자금이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100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헤알화 가치의 급락은 기관 투자자들이 선물 시장에서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기 때문인데 투기적인 움직임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며 "헤알화의 약세를 막으려는 즉각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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