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ㆍ리커창 10년 체제의 개혁 로드맵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전회)가 12일 막을 내렸다. 이번 3중전회는 정치개혁 및 기득권 박탈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대로 큰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색이 옅은 민생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3중전회는 앞으로 시리 체제 정책 입안의 기초가 되는 '중국공산당중앙의 전면적 개혁 심화 관련 몇 가지 중대 문제에 대한 결정'이라는 강령문건을 채택했다. 문건에는 중국의 개혁과제인 정부기능 변화, 자원가격 시장화, 소득분배 개선, 후커우(호적)제도 개선, 토지제도 개선, 금융개혁 등 시리 체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 방안이 담겼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 토지제도 개혁, 지방정부 직능개편 등의 방안에 대해 보수세력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수십 차례의 문건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관영통신들도 3중전회 기간에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개혁 이전 시기를 부인한다면 개혁 이후의 역사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공산당의 지도 체제 아래 개혁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국무원 기관지인 신화통신은 전면적인 개혁만이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한 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집권 1년이 다가오는 5세대 지도부가 의도한 전면적인 개혁을 수반한 새로운 개혁ㆍ개방시대는 잠시 미뤄지는 분위기다. 정부조직 개편에 반발하는 공무원 집단, 국유기업, 지방권력 등의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11일 국유재산괸리위원회가 15%의 국유기업 주식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 등은 3중전회에서 급진적 개혁 방안이 벽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줬다. 리우위안춘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지나치게 빠른 개혁은 기득권 세력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피해갈 것"이라며 "국유기업 개혁, 토지 개혁 등은 정치ㆍ사회 등 여러 가지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개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3중전회는 일단 급진적 개혁보다는 민생안정을 통한 체제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프라이즈'보다는 안정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적 불이익을 줄이는 방안을 먼저 찾겠다는 것이다. 민생 분야는 개혁파도 보수파도 의견을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혁ㆍ개방에 다소 보수적이던 인민일보가 이날 사설을 통해 후커우제도 개혁이 3중전회에서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민일보는 소득분배 개혁, 행정체제 개혁, 민생보장제도 개혁, 의약위생 개혁, 후커우제도 개혁, 재정ㆍ세금 개혁 등의 6가지 키워드를 3중전회의 민생개혁안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383 개혁 방안에서 제시했던 의료보험제도의 개선, 사회보장제도 구축 등에서 더 나아가 사회보장카드가 후커우를 대신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했다. 탕런우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원장은 "중국 민생 분야에서 교육의료ㆍ양로 관련 이중잣대, 생태환경, 정부 공공서비스 등이 우선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안전ㆍ의료보험 등의 개혁안은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사회보장 개혁안의 성공은 가계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저축률을 높이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소비를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3중전회의 개혁안은 12월 예정된 중앙경제공작소조에서 구체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중전회 개혁안의 주축이 됐던 마카이와 왕양 부총리가 구체안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최종 결정은 정치국 상무위원의 재가와 리커창 총리가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년 2~3월께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자회(전인대)에 앞서 법제화를 실시하고 전인대에서 최종 의결을 거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3중전회는 한편 폐막에 앞서 장제민 전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주임의 중앙위원직을 박탈하고 새로운 중앙위원을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임은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로 낙마했으며 그가 빠진 자리는 후보위원 중 최고득표자인 마젠탕 국가통계국 국장이 채우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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