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82가 놓이자 백의 우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김만수는 우변의 백진을 17집 정도라고 쳤었는데 지금은 20집이 넘어 보인다. 강동윤은 흑85로 붙여 백진을 한껏 줄이는 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흑87은 끝내기를 생각하고 웅크린 수순. 기회를 보아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선수끝내기를 할 작정이다. 그것이 싫다면 백은 흑1의 자리에 하나 젖혀놓으면 되지만 흑이 꼭 받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세돌은 그 수순을 보류했다.
흑89는 초강수. 이 수로 그냥 91의 자리에 받는 것으로는 계가를 맞추어 볼 수가 없다. 흑93, 95의 수순 역시 초강수.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이렇게 뻗대야만 승부가 됩니다. 불리한 쪽에서는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요.”(김만수)
백도 골치가 좀 아파졌다. 흑에게 참고도2의 흑1 이하 3을 당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렇긴 해도 흑의 약점이 너무도 많은 터여서 흑의 모험인 것이 사실인데….
“어느 한쪽이 부러지겠는데요. 이런 난전은 이세돌의 전문이니까 흑이 부러질 확률이 훨씬 높아요.”(김만수)
이세돌은 가차없이 백98로 차단했다. 분단된 흑이 무사히 살아야 계가바둑이다. 아참. 부러진다, 부러뜨린다는 이 표현. 이세돌이 애용하는 것이다.
“거기서 부러뜨려야 하는 건데…”
허스키 보이스로 이렇게 말하던 이세돌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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