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금융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리세션'을 가정한 강도 높은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외환거래시장에서 결제 시스템을 담당하는 CLS뱅크인터내셔널이 유로존 붕괴에 대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FRB는 23일 "기존 점검 대상이었던 19개 은행 외에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12개 은행을 추가, 31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며 "은행은 내년 1월9일까지 자산계획을 FRB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스트 결과는 부분적으로 내년 3월 공개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난 2009년 봄과 올 3월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되지만 어느 때보다 깐깐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FRB는 올해 말 시작되는 경기침체로 오는 2013년 초 실업률이 13%를 넘어서며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이 줄어들고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6.9% 감소하는 등 글로벌 경기활동도 상당한 수준으로 위축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ㆍ씨티그룹ㆍ골드만삭스ㆍJP모건체이스ㆍ모건스탠리ㆍ웰스파고 등 6개 대형 은행은 유로존 채무위기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점검 받게 된다. FRB는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 7,400여개 은행들의 3ㆍ4분기 순익이 353억달러로 1년 전보다 49% 늘어났지만 이는 미래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이 줄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규제당국의 판단이다. 전세계 외환결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CLS뱅크인터내셔널도 유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CLS뱅크는 유로존 17개 회원국 중 한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외국환거래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LS뱅크는 금융기관들의 외환결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1999년 설립된 외환결제 전문 민간은행으로 현재 60개 국가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CLS뱅크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로존의 최악 상황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WSJ는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는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가 큰 투자은행 부문과 전통 리테일은행 부문을 분리하는 유럽판 '볼커룰'을 도입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 시장담당 위원은 유럽의회에서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이 같은 방안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은행의 구조를 재점검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문을 분리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르니에 위원의 발언은 영국이 전통적 은행 부문의 예탁액을 리스크가 큰 투자은행 활동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며 좌파 성향의 유럽의회 의원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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