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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 영유아법 개정 없이는 미봉책

■ 서울시 지방채 발행 보육대란 면해<br>빚 내서 무상보육 중단 위기 넘겼지만 내년 재현 가능성<br>지방소비세율 인상·소득세의 지방세 이전 등 근본 대책 필요

서울시가 빚을 내기로 함에 따라 무상보육 중단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관련 법 통과가 늦어지면 내년에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되 정부가 공적자금(기금)을 통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막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무상보육 논란을 끝내려면 먼저 영유아법 국회 통과와 함께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세수확충 방안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선을 긋고 나선 것도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논란 재현은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국회서 10개월째 잠자고 있는 영유아보육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보육과 유아교육은 국가적인 사업인데 지금과 같이 정부는 예산의 20%만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80%를 떠안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고지원금이 늘어나지 않으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상황인 지자체들이 계속해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등 빚만 쌓이게 되고 결국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박 시장은 "현행 국고 보존 기준율은 서울시는 80%, 정부는 20%만 부담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미 무상보육으로 재정 위기를 맞았던 서울시에 올해 21만명이 추가되면서 3,708억원의 부담이 더해졌다. 80%는 어려우니 60%만 부담하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영유아법은 국가 보조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올리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는 현행 50%에서 70%까지 높이도록 돼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지자체의 부담이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보육 논란은 국회와 정부가 제공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12월31일 국회와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0~5세 전 계층 양육수당 지원을 결정했다. 2012년부터는 0~2세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상보육이 확대되자 지자체의 부담은 급증했다.

무상보육 확대로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은 1조656억원으로 시행 전인 5,474억원보다 2배 증가했다.



서울시의 재정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시는 일찌감치 감액 추경을 선언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무상보육비 부족분이 국비지원을 받아도 2,000억원 정도가 펑크가 나는 상황이다. 당장 4,000억원의 세입 부족분도 메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방보육비 부족분 3,708억원은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지방채 발행이라는 차선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역점사업으로 채무 감축을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지방채 발행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던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무상보육을 볼모로 협상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박 시장도 상처가 불가피해 최소한의 선에서 지방채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은 2009년 금융위기 때 6,900억원을 발행한 이후 4년 만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절반 정도는 내년에 상환해야 하는데 서울시 현재 재정으로는 빠듯하다.

지난해 서울시 부채규모는 2조9,661억원으로 3년 만에 2조원대로 내려갔으나 이번 지방채 발행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그나마 재정 형편이 나아 정부와 대치국면도 연출했지만 나머지 지자체는 정부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감안해 정부의 무상보육 부담을 높일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서울시가 발행하는 지방채를 두고 정부가 어떻게 지원하느냐 여부다. 서울시는 지방채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박 시장이 이날 기자회견 이전에 정부와 교감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방채 발행 결정 이전에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했지만 여전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 과정에서도 새로운 불씨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다양한 국고 보조사업과 세수 부족에 따라 지방 재정을 건전하게 할 방안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소득세의 지방세 이전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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