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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트란스트뢰메르는 누구?
입력2011-10-06 22:08:48
수정
2011.10.06 22:08:48
스웨덴의 국민 시인으로 50여년간 11권의 시집 펴내…북유럽 자연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 통해 삶의 본질 통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20대 초반부터 50년이 넘는세월 동안 총 11권의 시집을 펴내 스웨덴의 ‘국민 시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북유럽 대표 시인이다. 특히 1996년 폴란드의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후 시인 수상자가 배출된 적이 없어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시인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탄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돼 왔다.
그의 시는 50여개 언어로 번역됐을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으며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굵직한 세계적인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193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언론인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10대 시절 스웨덴의 소드라 라틴어학교에서 수학하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54년 23세의 나이에 시집 ‘17편의 시(Seventeen Poems)’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문학사, 종교사 등을 공부한 그는 1956년 졸업 이후 모교 부설 연구기관 연구원과 청소년 교정시설 심리학자 등으로 일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북유럽 특유의 자연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시로 써온 그는 1958년 여행을 통한 경험을 담은 ‘여정의 비밀’을 출간한 것을 비롯해 ‘미완의 천국’(1962), ‘창문들 그리고 돌들’(1966)을 잇따라 펴냈고 1974년에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소재로 한 ‘발트해’를 출간했다.
1990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마비로 대화가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됐지만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갔으며 2004년에는 시집 ‘위대한 수수께끼’를 펴내기도 했다.
50여년 동안의 시작(詩作) 활동을 통해 그가 발표한 시의 총 편수는 200편이 채 안 된다. 평균 1년에 네댓 편의 시를 쓴 ‘과묵한’ 시인인 셈이다. 그가 보여준 일관된 모습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평단에서는 그의 시가 은유와 심상(心像)이 풍부하고, 일상과 자연으로부터 간결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시의 특성이 스웨덴에서 그에게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져다 주었다. 그의 시는 말똥가리처럼 세상을 높은 지점에서 일종의 신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보되, 지상의 자연세계의 자질구레한 세목들에 날카로운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서구 문학계에서는 크게 인정받았지만 워낙 시 세계가 난해한 탓에 국내에는 2004년 ‘정오의 해빙’, ‘사물의 맥락’, ‘몇 분간’ 등 96편의 대표 시들을 엮어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출판사 펴냄)’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시집이 유일하다. 이 시집은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중 하나로 고은 시인이 책임 편집했다.
김성곤 문학평론가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그는 정치적 다툼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 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번에도 노벨문학상이 유럽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 대해 비유럽권 문학계의 아쉬움이 크다. 한국 출신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고은 시인이 또 다시 고배를 마셨으며 그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미국 출신 문인들의 실망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는 한림원 종신 서기인 페테르 엥글룬드 사무총장이 그 동안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 유럽에 편향됐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음에도 또 다시 유럽에 수상의 영예가 돌아간 것에 세계 문단이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 그만큼 서구 문단에서 트란스트뢰메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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