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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15th, 하태범 ‘Window’展




특별한 한 작품이 밤을 새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태범 작가의 설치미술 전시회 ‘Window’ 展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스페이스 15번지에서 9월 15일까지 열린다.

여기 어떤 방이 있다. 방에는 아무도 없고, 화장대, 서랍장의 서랍은 열려 있다. 한바탕 도둑이 들쑤시고 간 집처럼 신발과 화분 같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모든 물건은 온통 하얀색이다. 마치 시간이 얼어붙어 버린 진공의 상태에 갇혀 있는 듯하다. 우리는 그 바깥에 서 있다. 창 너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풍경 앞에 선 우리는 이 방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고 싶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창 너머로 방 안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치 범죄 현장 수사를 진행할 때 현장 영역을 띠로 둘러 경계를 표시하고, 그 안쪽을 집중해 조사하듯이 우리의 시선은 안쪽 공간에 고정된다.

하태범 작가의 이러한 설정은 미디어를 대하는 우리의 위치와 닮은 데가 있다. 얇고 투명한 창문을 경계로 아주 다른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사건과 사고들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이 가 있는가? 모니터 너머의 세계를 눈앞의 일처럼 바라보지만, 사건과 우리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레테 강의 폭만큼이나 한참 멀다.

하 작가는 그의 작품에서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진 이중성, 즉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말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차가운 시선을 지적한다. 그의 이전 White 시리즈 작업들을 보면 미디어에 노출된 테러, 범죄 현장 등의 보도 사진을 수집하고, 종이, 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흰색 조각으로 재현한 뒤 이를 처음의 보도 이미지와 같은 구도로 촬영한다.



언뜻 보면, 사건 현장을 흰색으로 온통 색칠해 버린 듯하다. 그는 다치지 않을 만큼, 자신이 책임을 떠안지 않을 만큼 대상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원하는 방관자적 심리적 태도를 하얀색으로 상징화 한다.

한편,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새로운 작품 ‘Window’는 사건의 대상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집에서 찾고 있다.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이웃들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삶에 대한 접근이 매우 편의적이고 피상적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하태범 작가의 ‘Window 展’은 9월 15일까지 서울 통의동 스페이스 15번지에서 전시된다. 관람은 24시간 가능하고 전시는 특성상 외부에서만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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