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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의존' 호주 경제 확 바꾼다

중국 등 경기둔화에 원자재 수출 수익 급락 실업률 치솟고 성장 비상<br>기술·인프라투자 확대 규제 철폐·중기 육성 등 기초체력 강화 천명



"중국발(發) 원자재 붐은 끝났다."(케빈 러드 호주 총리)

케빈 러드(사진) 신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취임 후 첫 정책설명회를 갖고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에 따른 경제성장이라는 공식을 버리겠다고 천명했다. 호주산 원자재를 무섭게 빨아들이던 중국 경제가 올해 들어 삐걱거리면서 호주 경제에도 비상등이 들어온 탓이다. 대신 러드 총리는 기술ㆍ인프라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규제철폐를 통해 경제 기초체력을 제고해 호주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국이 과거처럼 고속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의존하던 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원자재 의존국'가운데 경제구조 재편을 천명한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이 원자재 강세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는 가운데 호주를 신호탄으로 다른 나라들도 동참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러드 총리는 "원자재 수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고점 대비 25%나 하락했고 앞으로 더 저조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광산업 비중 축소가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호주 경제는 교차점에 서 있다"며 "지금 우리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과 함께 10년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해왔다. 호주의 최대 산업인 원자재 부문의 대중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호주 원자재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011년 기준 10.74%에 이른다. 호주의 경제성장률은 2009년 연율 기준으로 1.425%를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해 지난해에는 3.62%를 나타냈다. 지난해 미국 2.1%, 영국 0.8%, 독일 0.6%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위험신호를 보내면서 호주 경제에도 비상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주의 6월 실업률은 5.7%로 2009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성장률도 1ㆍ4분기 연율 기준으로 2.5%를 기록해 2011년 2ㆍ4분기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결국 향후 자국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이 같은 경제구조 수술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러드 총리는 국가경제에서 원자재 비중을 줄이는 대신 경제의 기초체력을 기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술ㆍ인프라 투자 및 규제철폐 외에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현재 1.6%인 연간 생산성 성장률을 적어도 2% 이상으로 올려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러드 총리는 아시아 국가들과 원자재 및 에너지 이외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오는 2050년이면 세계 경제규모 순위에서 중국ㆍ인도ㆍ미국에 이어 4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호주와의 무역규모는 상위 10개국에도 못 든다"며 아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실제 러드 총리는 지난 5일 취임 후 첫 순방국으로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한편 러드 총리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오자 그가 이끄는 노동당의 지지율도 급등하고 있다. 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드 총리의 노동당 지지율은 50%로 보수당과 동률을 이뤘다. 이는 전임 줄리아 길라드 총리 재임 시절 마지막 여론조사의 43%에서 급등한 것이다. 개인별 지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러드 총리의 지지율은 53%를 기록해 보수당의 토니 애벗 대표(31%)를 크게 앞질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드 총리가 취임 2주 만에 호주의 선거 판도를 뒤집었으며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드 총리는 지난달 26일 긴급 당대표 경선을 열어 길라드 당시 총리를 축출하고 호주 총리에 올랐다. 호주 총선은 올해 안에 실시되며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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