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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속 바다… 자연에 대한 경외

사진작가 이강우 개인전

'템페스트(Tempest)' /사진제공=리씨갤러리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향해 북진하던 지난 8월말, 사진작가 이강우(47ㆍ서울예대 사진학과 교수)는 짐을 싸 제주로 날아갔다. 대피하는 주민들을 등진 채, 그는 일부러 태풍 속으로 찾아 들어갔다. 아직까지는 바람이 잠잠하던 그 순간부터 멀리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 섬을 집어 삼킬 듯 돌진하는 파도와 초월적 존재가 거대한 손으로 바닥까지 쓸어올린 듯한 바다의 뒤집힘, 이후 거짓말처럼 고요해진 태풍의 뒤안길까지. 그는 바다의 생생한 기세와 공포,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한꺼번에 확인했다.

고생 끝에 탄생한 바다 사진들을 모은 이강우의 개인전이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그간 도시ㆍ역사ㆍ대중소비문화ㆍ정치적 풍경 등 사회학적 주제의식이 뚜렷한 주제들을 다뤄온 작가가 바다 풍경의 서정적인 작품 만으로 개인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애호가인 화랑 대표로부터 '바다'시리즈를 제안 받은 후 지난해 말부터 동해의 속초와 영덕, 울릉도를 비롯해 남해, 거제, 제주의 바다를 누비고 다닌 결과물이다. "바다의 성격은 제각각입니다. 울릉도는 물의 잔결이 상당히 많아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반해 제주의 바다는 물결의 동세와 모양이 다양해 작업하기에 좋고요. 거제의 '바람의 언덕'은 매번 꼭 들르는 곳이죠."

거제의 바다는 의도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는 날만 골라서 찾아갔다. 폭우 속 카메라작업이 어려운데도 말이다. 작가는 "바다가 나에게 촬영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촬영할 수 있을만한 상황까지 무작정 기다리거나 결정적인 장면을 운명처럼 만나 포착하거나 두 가지"라며 "빗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려 날이 갤 때, 포기하다시피 담담해진 마음일 때 좋은 장면을 얻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제주 바다에서 찍은 '템페스트'라는 작품에는 거센 눈보라에 맞서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한 순간이라도 날갯짓을 멈추면 그대로 바다에 곤두박질 칠 새가 연약한 존재를 상징하는 듯하다. 마치 연필 소묘로 그린 듯한 사진을 보노라면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의 화가였던 작가의 과거까지 되짚게 한다.



"마음을 비워 얻어낸 작품들"이라는 작가의 소개처럼 감상자의 마음까지도 비워주는 2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02)321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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