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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사도 투잡 … 사라진 전문가 프리미엄

CPA 등 전문직 종사자 늘어 무한경쟁 돌입

고소득은 옛말 … 안정적인 삶조차 기대 못해

# 서초동의 한 소형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A변호사(39)는 지난해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서울 강북 지역에 횟집을 차렸다. '투잡'을 시작한 것이다. A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서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다가 요식업에 눈을 돌렸다"며 "예전처럼 사건만 안정적으로 수임된다면 굳이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반내과 전문의 B(40)씨는 최근 피부과 진료도 겸하는 의원을 개업하며 속칭 '점천'을 시작했다. 점 하나당 1,000원을 받고 빼주겠다는 의미다. 온라인 홍보를 위한 업체도 고용했다. B씨는 "통상 점 빼는 비용이 개당 1만원 선이다 보니 동료 의사들로부터 주변 물 다 흐린다는 핀잔도 많이 듣는다"며 "하지만 나 역시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CPA)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무한경쟁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라이선스를 따기까지는 어렵지만 이후로는 평생 고소득·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이른바 '전문가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불황으로 전문직이 활동하는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데 전문직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2년부터 로스쿨을 통해 연간 2,000여명 규모의 신규 변호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법조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임료 덤핑은 기본이고 사건수임을 위해 불법이나 편법수단을 동원하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검찰은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업자들로부터 신용불량자들의 개인정보를 사들인 변호사와 법무사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측은 "유사 법조 직역이 늘어나며 이런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건 수임을 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고 말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41) 변호사 역시 "수임료를 깎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인력을 줄이기 위해 서류 작성 등 평소 법무사들에 의뢰하던 일도 변호사들이 직접 도맡아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비단 법조계만의 일은 아니다. 고소득 전문직종의 하나로 꼽히는 공인회계사들 역시 이미 이 같은 고통을 앞서 경험한 바 있다. 연간 1,000여명 수준의 CPA 자격증 소지 인력이 쏟아지며 2000년 초반 9,500명 수준이던 전문가 수는 현재 1만8,0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요약하자면 '수입을 줄었는데 일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기업 컨설팅 수수료 등이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다 보니 한 건만 하면 될 일을 2건 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전문직 종사자들이 느낄 수 있었던 자부심이나 자유로움 등의 가치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대학 시절을 포함해 꼬박 7~8년간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는데 공직 쪽을 알아보니 잘해야 6급으로 채용이 되고 최근에는 7급까지 떨어졌더라"며 "7급 공무원 하려고 내가 그 오랜 기간 공부했나 싶더라"고 하소연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에서 상대로 만난 개인 변호사 중 일부는 서면도 충실하게 잘 내지 않고 형사 사건에서 증인 신청도 안 하고 사건을 끝내려는 경우도 왕왕 봤다"고 지적했다.

전문직들이 고객 서비스나 공익 활동에 힘을 기울이기보다 '직역 다툼' 같은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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