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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금융위기 1년… 새 경제 패러다임 등장하나

[글로벌 포커스] 시장만능주의는 개혁 대상… '정부개입 강조' 케인즈주의 부상<br>'담보論'등 새 경제이론 관심속 GDP 대체 지표 마련 가속도


고전적인 경제학 유머가 있다. "경제학자란 어제 자신이 예측한 일이 왜 오늘 일어나지 않았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풍자다. 경제학자나 무당이나 다를 게 뭐냐는 냉소가 담겨있다. 경제학자들의 이 같은 '무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으로부터 시작해 지난해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일부 대담한 경제학자들은 호황과 불황이 교대로 반복되는 경기 사이클이 이제 조절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 위기 때도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은 미증유의 위기를 경험한 경제학자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와중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완성시키곤 했다. 지난 1930년대에는 대공황을 바탕으로 케인즈주의가 등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1970년대 경제위기 때는 소득이나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론이 세워졌다. 시카고학파(시장주의자)로 유명한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학 교수의 '합리적 기대 이론'이 대표적이다.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 일컬어지는 월가발 금융위기가 만 1년을 넘어서는 시점을 맞아 세계 경제학계는 이번에도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등장할 지 주목하고 있다. ◇ '애덤 스미스는 잊어라'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11일 자유시장과 국가의 개입을 둘러싼 오랜 이념적 갈등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까지 인용하면서'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을 지양하자고 촉구했다. 불황을 겪으면서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시장 만능주의는 불황 이후 최대 개혁과제로 꼽히고 있다. 대신 잊혀졌던 케인즈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2006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는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거시경제 현장에서 거의 사장된 듯했던 케인즈주의가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사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정부의 개입 증대가 위기 이후 이전 상태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적절한 경계선이 어디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再考)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번 경제위기가 예전처럼 몇몇 산업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위기가 주택시장에서 시작해 전체 금융계로 전이되면서 최첨단 금융시스템 및 미국식 경제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증폭됐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고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금융계의 풍경은 우리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계의 자본요건부터 시작해 보너스에까지 간섭해야 한다는 주장은 점차 현실화되는 추세다. ◇ 비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 기존 경제모델의 대안을 구하는 이들은 신진 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한 존 지나코플로스 예일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유소년 체스챔피언 출신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현대 경제에서 거품의 원인으로'담보'를 지목한다. 주류 경제학은 이자가 수요와 공급 기제를 통제할 수 있는 주요한 정책수단이라고 판단했으나, 지나코플로스 교수의 새 이론은 신용을 창출하는 담보에 대한 신용한도 비율에 주목했다. 그는 복잡한 계산을 통해 발행된 증권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번 위기를 일으켰다고 본다. 문제는 담보 자산을 토대로 한 신용창출을 통해 호황기 때는 끝없는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불황기가 닥치면 연쇄도산을 불러일으킬 뇌관이라는 점. 지나코플로스는 이를 '차입(leverage) 사이클'이라고 칭하며, 차입 사이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담보 및 차입 규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중앙은행이 담보물의 대출한도에 대한 정보를 취합,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거품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4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WSJ는 지나코플로스 교수 등 소위 '마이너'에 속했던 학자들이 기존의 호황-불황 경기사이클을 조절하려는 노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 지속가능한 성장 방식에 대한 탐구 경제성장의 속도를 측정하는 척도인 국내총생산(GDP)의 허상을 비판하는 논의도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무형이거나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생산 및 투자활동을 GDP에 어떻게 반영시키느냐는 것. 과도한 평가는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시점은 통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GDP를 집계하는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의 J 랜드펠드 국장은 "현재 GDP에 반영되는 이노베이션 활동 관련 항목이 R&D 하나 뿐이라는 것도 문제"라며 "단점들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지난 1999년에 들어서야 GDP에 반영됐으며, 연구개발(R&D) 항목은 2013년에나 각 국의 통계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됐던 'GDP 대체지표 마련'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GDP의 대안으로는 부탄의 국가지표로 채택된 국민총행복지수(GNH)가 종종 거론된다. 인구 60만명의 왕정국가인 부탄은 가난한 나라지만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특성 탓에 국민행복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심리적 웰빙, 시간활용, 문화, 보건, 교육, 생활수준 등이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GDP 통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캐나다의 웰빙지표(CIW)도 관심 대상이다. 민간단체인 애킨슨자선재단이 작성하는 이 지표는 예술, 시민참여, 생활수준, 건강한 국민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해 하나의 종합지수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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