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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여파에 커지는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크

채권단, 현금흐름 적신호 1~2곳 예의주시

건설·해운외 중국·IT관련업체 재무위험 노출

당국, 현대·한진 등 구조조정 진행상황 재점검


건설업계 시공능력 25위 동부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새해 초부터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한진·한라·동국제강·대성산업 등의 구조조정 상황을 재검검하는 한편 추가적인 구조조정 기업이 생길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나 법정관리 등의 위험에 노출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상반기 경기악화에 따라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되고 구조조정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동부건설의 위기는 동부 계열사나 협력업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은 늘리면서도 충당금 쇼크가 큰 대기업 대출은 점차 옥죄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동부 계열사들이 속속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고 있다. 동부메탈의 경우 당장 6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고 상반기에만 총 1,47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해 단기 상환부담이 높다. 동부메탈 측이 내부 상환계획을 세워둔 상태라고 하지만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자체 현금흐름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 역시 이달 800억원을 비롯해 올해 총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동부팜한농은 비료공장 부지를 비롯해 화공사업부 등 알짜 자산 매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대외신인도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더구나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을 두고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이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매끄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에 비해 비교적 원활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대와 한진도 안전지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한국기업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31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각각 BB,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이 당국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80% 이상 이행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자구조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각각 1,108.3%와 763.7%에 이르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당 부분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활용해 갚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방안 역시 아직은 불투명하다.



금융당국 주도의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올해도 연장되기는 했으나 금융회사들이 신속인수제를 활용하는 회사가 회사채 상환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 비율(현 20% )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측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해운사에게는 유가가 떨어진 것이 호재라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 자체가 너무 좋지 않다"며 "올해에도 외부 의존적인 현금 흐름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국제강 역시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새해 들어 마무리 짓고 이달 돌아오는 총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두 상환하겠다고 밝혔으나 적자 흐름 속에서 자체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순차입금은 줄지 않고 있다. 특히 동국제강은 오는 2016년까지 브라질 고로 투자를 예정하고 있어 자금 소요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성산업 또한 디큐브시티 백화점 매각 등 자구계획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차입금은 여전히 1조4,000억원(2014년 9월 기준)에 달해 재무 위험이 상존해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 밖에도 경기하강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중견기업들이 추가로 자금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여신기업들의 현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대기업 중에도 재무 안정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곳이 1∼2곳 된다"며 "현금 흐름을 파악한 후 자구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건설이나 해운 등 예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았던 업종 외에도 중국 경기하강과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둔화 등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올해 상반기 은행 내부에서도 대기업 여신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과감하게 부실자산을 정리하려 할 경우 구조조정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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