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남, 한 끼에 스테이크 13장 먹고… 충격
살기 위해 먹은 송대남, 세계 17위의 ‘금빛 반란’체급 올리려 하루 2만㎉ 섭취…한국 유도, 금 2ㆍ동 1개로 목표 초과 달성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우리나이 서른넷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밟은 올림픽 무대. “후회 없이 싸우고만 오자”고 나선 ‘꿈의 무대’에서 송대남(33ㆍ남양주시청)은 5경기를 내리 이겼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금메달을 꽉 깨문 것이다.
송대남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끝난 런던 올림픽 유도 남자 90㎏급 결승에서 애슐리 곤살레스(쿠바)를 연장 10초 만에 누르는 ‘대형 사고’를 쳤다. 전광석화 같은 안뒤축 감아치기 절반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린 송대남의 세계랭킹은 17위에 불과했다. 송대남은 경기 후 동서지간인 정훈 감독과 눈물의 포옹을 나눴다. 한국 유도는 김재범에 이어 송대남의 ‘깜짝’ 금메달로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2개를 초과 달성(금 2, 동메달 1개)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지만 송대남은 높기만한 올림픽 문턱 탓에 은퇴 직전까지 갔던 때도 있었다. 송대남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권영우에게,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는 김재범에게 밀려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특히 2008년에는 베이징행이 유력했으나 체급을 올린 김재범이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결국 올림픽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당시 탈락의 충격으로 송대남은 6개월간 도복을 벗기도 했다.
곡절 끝에 다시 매트에 선 송대남은 81㎏급에서 90㎏급으로 체급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김재범이 버티는 81㎏급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수월한 체급이었다. 나이도 있어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올림픽에 단 한 번만이라도 나가고 싶다는 펄펄 끓는 욕구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송대남은 닥치는 대로 먹었다. 일반인의 10배인 하루 2만㎉를 섭취했다. 먹는 만큼 운동도 더 해야 했다. 종전 체급 때보다 몇 배는 더 훈련 강도를 높였다. 찌우기 위해 먹고 더 먹기 위해 운동으로 억지로 속을 비우는 고통스러운 사이클이 반복됐다. 한 끼에 스테이크 13장을 먹어 치우기도 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악으로 먹었다. 그렇게 미친 듯 달리다 보니 런던이 보였다.
송대남은 지난해 12월 코리아 월드컵에서 전 경기(5경기)를 한판승으로 장식하며 희망을 키우더니 지난 5월 최종 선발전에서 이규원을 한판으로 제압, 자나깨나 그리던 올림픽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누구보다 어렵게 오른 올림픽인 만큼 송대남에게는 매 경기가 결승이었고 살기 위해 먹었던 간절함은 가장 빛나는 금빛으로 보상받았다.
한편 유도 여자 70㎏급의 황예슬(25ㆍ안산시청)은 에디스 보쉬(네덜란드)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심판 전원일치로 판정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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