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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신흥국 경제 디커플링] 미·영·일 디플레 공포 진정 신호… 신흥국은 자금유출 위험 증폭

美·英·유로존 소매판매 올 들어 증가 가속도… 인플레 기대치도 상승

경기둔화 허우적 신흥국, 美 금리 조기인상 전망에 통화가치 추락 이어져

"성장 엔진 선진국 이동… 글로벌경제 반전 시작"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 등도 마침내 디플레이션 공포가 진정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은 경기둔화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시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외국인자금 탈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속화할 경우 당분간 글로벌 경제의 엔진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일본도 디플레이션 탈출하나=현재 선진국의 경우 소매판매 증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피털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해 "주요 선진국의 1월 소매판매가 200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여름 이후 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미국·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일본·영국 등 4대 선진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500억달러 늘었고 이는 대부분 소비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고 영국도 5.2% 늘었다. 유로존의 소매판매도 지난해 10·11월 1.5%(연율 기준) 늘어난 데 이어 점차 가속도를 붙이며 지난해 12월~올해 1월에는 3.4% 증가했다.

노동시장이 점차 개선되면서 임금 상승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유로존의 평균 협상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오르며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유로존의 경우 1월 실업률이 11.2%로 2012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1월 기본급 상승률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임금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이 긍정적인 요인이다. 유가 추락의 여파로 미국과 유로존의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영국 역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ECB의 양적완화조치 발표에 힘입어 유로존의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게 단적인 사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채권수익률에 기반해 분석한 선진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에는 1%를 밑돌았지만 2월 말 1.28%까지 올랐다. 미국의 5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 1.04%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보이다 최근 1.6%대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총 10조달러를 뿌리면서 마침내 인플레인션 목표치 달성을 위한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 외통수에 걸렸나=반면 올 들어 약세를 보이던 신흥국 통화가치는 6일 미 국고용지표 호조에 더 추락하고 있다. 이날 JP모건의 신흥국시장통화지수는 0.9%나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가뜩이나 경기둔화에 시달리는 판에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외국인자본의 엑소더스(대탈출) 우려까지 증폭된 탓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은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며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화와 대만달러화가 달러 강세의 역풍에 더 취약하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연준의 긴축 움직임과 맞물려 신흥국 중앙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이다. 현재 신흥국은 경기둔화에 시달리며 통화 완화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지난해 10월보다 0.1%포인트 올린 반면 개발도상국·신흥국은 4.3%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대다수 신흥국은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몰려간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 762개 비금융기업의 외환차입액은 2008년 7,0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조1,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기준금리를 내린 뒤 루피화가치가 1.8% 추락했다. 대만 역시 10년물 대만 국채금리는 1.628%에 불과해 미 국채 10년물(2.115%)보다 오히려 더 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은 성장률 목표치를 11년 만에 최저치로 잡은 반면 미국은 전진하고 있고 유럽도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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