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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9월 27일] 한국 미술계의 '단비'

최근 한국인들의 예술에 대한 눈높이와 향유 욕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또한 한국 예술가들의 수준도 국제적 감각과 재능을 갖춘 많은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활동을 크게 넓힐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술계를 조망하자면 적지 않은 수의 국내 미술상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집안 잔치로 끝날 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의 타이틀 수여에 급급한 실정이다. 정작 완성된 예술성을 기반으로 보다 진취적인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 중견 작가들에 대한 예술상은 전무하다. 세계 미술계와 함께 한국 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중국 미술계가 올림픽 이후에도 화교들과 국가 지원을 원동력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고 일본 역시 전세계 48곳에 문화원을 두고 21개의 국제교류기금을 세워 일본 문화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 미술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미술계가 넘어서야 할 벽은 무엇일까. 그 벽을 단 한가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한 예술성을 지닌 국내 예술을 국제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국내 미술계 시스템과 국가 차원의 지원 부족 문제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때에 최근 미술계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소식이 들려와 관심을 모은다. 신진 작가들에게 이름표를 붙여주기 위한 등단용 미술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신만의 예술적 작업의 안정세에 진입한 중견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미술상인 양현미술상 제정이 그것이다. 한국 미술계가 여타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그 입지를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양현미술상의 의미와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현미술상은 지난 2006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유지에 의해 제정된 국제적 미술상이다. 1년에 150일 이상 출장을 다니며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봤던 고인이 타 국가의 예술적 위상에 비해 한국 예술이 저평가되고 있음을 직접 목격하고 안타까움을 느껴 국내 미술계의 세계 무대 진출을 도모하고자 계획했던 미술상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양현미술상은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많은 여타의 미술상들과 차별성을 내세운다. 데미언 허스트와 같이 최고의 예술가들을 배출한 영국의 터너미술상에 필적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성장하고자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상 작가 또한 신진 작가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경험과 검증을 거친 중견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에 있어서도 국제적 미술관 디렉터급 심사위원단을 위촉해 권위와 투명성을 높였다. 또한 많은 다국적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기업 이미지와 예술을 연계한 미술상이 아니라 비영리 재단에서 상을 수여하기에 기업과의 연관성은 물론 특정한 제한이나 편견도 없다. 이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 전시 지원과 상금을 약속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예술은 국가적 개념인 아닌 세계적 개념이다. 국경과 인종ㆍ나이ㆍ성별 등의 차이 없이 예술적 완성도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통해 서로 경쟁하고 발전하는 것이 현대 예술이고 미술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단순히 나이 어린 작가들을 위한 등용문으로 위치하는 미술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입지를 굳히기 위해 보다 경험 있고 완성도 높은 중견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미술상의 등장은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미술계의 합의와 정부 차원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 미술상은 신진 작가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 중견 작가들을 위한 자리다. 이 상의 제정이 적어도 국내 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또 세계 미술계로의 도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첫 국제 미술상 제정을 계기로 향후 한국 작가들의 분발과 미술계의 노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하나가 돼 한국 미술계가 세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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