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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서 核재앙 판도라로… 원전 빙하기 접어드나

[일본 대지진] 세계 각국, 원전 폐쇄·신규 건설 잇단 보류<br>스위스·독일에 이어 중국 "건설 중단" 밝혀… 英도 백지화로 기울어<br>美·인도, 건설방침 불구 의회 반대 거세 불투명


일본 방사성 물질 유출 사태로 세계 주요국이 잇달아 기존 원전시설 폐쇄 및 신규 원전 건설 보류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자력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빙하기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 및 환경 논란이 거센 수력 위주로 전환되면 세계 에너지ㆍ원자재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원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 없는 청정에너지로 각광 받았던 원자력산업은 이제 핵폭발의 위험성이 확인되면서 전세계인의 마음속에 '대재앙'의 판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방사성 물질 유출 공포가 확산되면서 독일ㆍ스위스에 이어 중국 정부도 지난 16일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62개의 원자로 중 절반에 가까운 27개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오는 2015년까지 34개의 원자로를 추가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어 2020년까지 원자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해 현재 1.9%인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15%로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잡아놓았다. 이같이 세계 미래 원자력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 원전 사태의 확산 여부와 정도에 따라 최악의 경우 확장 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속도를 대폭 늦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런던 소재 도이치은행의 대니얼 브레브너 원자재 분석가는 "원자력 에너지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미래의 그린에너지 이미지에서 일본 사태로 냉전이 낳은 전세계 핵무기 유산의 지위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인근 스리마일섬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사건과 1986년 당시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태의 악몽을 딛고 20여년 만에 르네상스를 맞이하는가 싶던 원자력산업이 이번 일본 사태로 또다시 앞길을 가늠하기 힘든 혼돈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가 이번주 초 당초 승인 예정이던 3개의 원자로 건설 계획을 전면 보류한 데 이어 독일이 전체 17개의 원자로 중 노후한 7개를 폐쇄했다. 향후 15년간 11개의 추가 원자로를 건설하려고 했던 영국은 일본 사태에 따른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새로운 원자력 안전기준을 설정할 때까지 신규 원자력 건설을 중단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은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이 나서 미국의 원자력은 안전 문제가 없다며 기존의 원자로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회 내부에서 일본 사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새로운 안전 기준이 만들어질 때까지 원자로 신규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기후변화 협약의 주도권을 잡고 온실가스 배출감소에 앞장서기 위해 야당인 공화당과 어려운 협상 끝에 대대적인 원자력 건설 동의를 얻어냈는데 이번 사태의 여파에 따라 적어도 추진력을 상당히 잃어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부족을 겪고 있는 인도 정부도 적극적으로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에다 원자로 건설업체에 대해 원전 사고 발생시 무한 책임을 묻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는 등 시장 진입에 있어 까다로운 규정이 많아 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산업이 청정에너지의 이미지에서 언제든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함에 따라 최소 20여년간 또다시 기피 산업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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