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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EU FTA와 기술협력

바야흐로 우리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27개국 연합체인 EU는 교역량 3조2,000억달러, 역내 총생산규모 14조3,000억달러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지난해 교역규모는 789억달러로 우리에게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다. EU의 중요성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액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EU는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405억달러를 투자해 부동의 투자 1위국이다. 특히 산업화 초기에 기계 분야의 지멘스, 종합화학 분야의 BASF 등 유럽 기업의 굵직한 투자는 지금도 수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EU는 지난 50년 동안 정치경제적 통합을 이끌어낸 경험의 집합체다. ‘저성장-고실업-과도한 복지’로 대변되는 ‘유럽병’ 치유 노력이 오늘의 EU를 있게 했다. 단순한 경제통합체로 시작된 EU는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운명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는 FP(Framework Program)와 유레카(EUREKA)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과 일본을 추월하려는 EU의 자신감도 두 프로그램의 연구개발(R&D) 성과에 근거한다. 최근 완료된 FP 기술개발 과제인 ‘3세대 이동전화 기술과 위성위치추적시스템 통합 칩 개발’이나 ‘More Moore(차세대 반도체 리소그라피 기술개발)’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EU가 수출시장뿐 아니라 R&D 협력 대상으로서도 매력적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우리 기업이나 연구소가 FP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기술개발 결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제3자로서 두 회원국 참여자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 까닭이다. FP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미리 선정하고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식(Top Down)을 취하고 있다. 유레카가 상업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반해 FP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는 첨단기술을 개발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해당 기술의 개발방식, 참여범위 및 표준제정 등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선정 등 초기 논의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래야 참여폭도 넓어지고 기술개발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FP에 참여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공동 R&D 네트워크를 얻는 셈이다. FP의 입장에서 봐도 아시아를 포함하는 세계적인 R&D 허브로 성장하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진국들은 R&D 투자에 대해 국내용과 국제용 간의 칸막이를 없앤 지 이미 오래다. 또 지난 8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 EU 회원국은 물론 이스라엘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FP 회원국 대우를 받는다 해도 이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기술협력은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러나 EU는 이미 칠레ㆍ멕시코와의 FTA 협상에서 기술협력을 중요한 협상의제로 다룬 바 있다. 얼마 전 피터 만델슨(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한ㆍEU FTA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밖에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EU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비관세 장벽 등과 관련된 다양한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우리도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합당하다. 전세계는 치열한 경제전쟁 중이고 FTA는 중요한 전술무기와 다름없다. 그리고 모든 전투는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에서 확실성을 확보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R&D이고, 이 때문에 모든 국가가 첨단기술을 획득해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으려 한다. 이 점은 EU와의 FTA 협상에서 기술협력을 의제로 다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여러분은 적 앞에 펼쳐진 길이 세 갈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중에서 적(敵)은 네 번째 길을 택할 것이다.’ 1857년부터 30년간 프로이센의 참모총장을 지낸 폰 몰트케의 말이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지켜서 얻어내야 할 네 번째 길이 바로 FP를 포함한 기술협력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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