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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7일] 마음을 베는 말

6일 오전10시30분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30~40대 아주머니 20여명이 ‘쌍용차를 살려내자’는 문구가 쓰인 띠를 두르고 나타났다. 이들은 정리해고에서 비껴간 이른바 ‘살아남은 사람’들의 부인들로 곧바로 민주노동당의 천막당사로 찾아가 쌍용차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맺힌 게 많은 듯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념과 사상은 그만 풀고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농성 중인) 저들만 불쌍하고 우리는 불쌍하지 않습니까” “쌍용차를 한번이라도 팔아준 적도 없으면서 누굴 위한다는 겁니까” 이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거듭 나가줄 것을 주장하다 마침내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노당 당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아주머니들의 ‘한풀이’는 그야말로 절절했다. 이들은 지난 8개월 동안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한 채 이제나저제나 쌍용차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기다렸다. 공장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아이 아빠의 동료들에게는 살아남았다는 죄송한 마음만 들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날은 마침내 거리로 나왔다. 이제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오후1시50분. 파국을 막기 위해 마지막 대화를 시도한 노사가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연락이 왔다. 공장 앞에 줄지어 앉아 있던 사측 직원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갑옷ㆍ투구를 차려 입고 대기 중이던 경찰들도 기쁨의 웃음을 보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동안 생사를 넘나들며 지칠 대로 지친 농성 노조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안과 밖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동안 쌍용차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사태는 원만히 해결된 듯싶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걸까.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앞으로 쌍용차를 살려내는 일은 쌍용차 사람들이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전에 아주머니들이 한 얘기 중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바로 ‘공장을 불태우는 저들을 쌍용차 직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이상 저들과 같이 할 수는 없다’는 대목이었다. 칼은 살을 베지만 말은 마음을 벨 수가 있다. 마음을 베고 베인 사람들이 한데 뭉쳐 쌍용차 회생이라는 실낱 같은 가능성을 키워낼 수 있을까. 기자의 마음은 여전히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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