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찰스 랭글(뉴욕), 스티브 이스라엘(뉴욕), 빌 패스크럴(뉴저지) 등 하원의원 4명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는 이번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의원들의 이날 연설은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6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 최초로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있다.
혼다 의원은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이 된 지금이야말로 아베 총리가 명백히 사과해야 할 때"라며 "아베 총리가 이번 연설에서 과거의 잘못을 최종적이고 확고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랭글·이스라엘·패스크럴 의원도 1분 연설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입장표명을 촉구했으며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의원은 공식 의사록에서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가감 없이 수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설한 의원들은 모두 친한파지만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미국 의회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이어 의회까지 나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명시적 반성과 사과를 촉구함에 따라 아베 총리로서는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이날 연설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원의원들의 특별연설은 지난 2007년 하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가 참관한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됐다.
한편 아베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2차 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으나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고통 받은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연설에서 1955년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10원칙 중 '침략·무력행사로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두 원칙을 강조한 후 "일본은 이 원칙을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지켜나가는 국가가 될 것을 맹세했다"고만 언급했다.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 연설에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에 명기됐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의 표현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도 이 같은 표현이 담기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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