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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기초연금, 박 대통령이 놓친 것

한나라당이 9년 전 만든 기초연금 공약 리바이벌<br>달라진 주변여건 반영안돼<br>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선 인수위안보다 불리해져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국민기초연금을 지급하겠습니다. (그에 필요한) 연간 7조2,000억원의 재원 중 3분의 2는 기초연금 보험료로, 3분의 1은 국가가 부담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지난 2004년 4ㆍ15총선을 앞두고 노인복지정책 선거공약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소득비례ㆍ재분배 기능이 뒤섞여 있는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의무가입)과 소득비례연금(선택가입)으로 나누고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 1인 1연금 시대를 열어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9년 전 공약인데 내년 7월 도입 예정인 기초연금보다 1인당 지급액이 10만원 더 많다.

기초연금 공약의 출발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을 손질하지 않으면 재정파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자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해 재정고갈을 막겠다는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이회창 대선 후보는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도 이후 줄기차게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고 지난해 대선 말미에 이 공약을 내세워 대권을 거머쥐었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사랑은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17일 공식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방향'에도 녹아있다. 위원들은 소득인정액(재산도 소득으로 환산)에 따라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선호했다고 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에서 적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게 마련인 복지부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연금액 소득재분배 부분에 따른 차등지급안'을 포함시켰다. 국민연금 수령액 중 소득재분배 부분이 20만원을 밑돌 때 그 차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달리 주겠다는 것인데 가입자의 소득ㆍ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지고 개념도 난해해 얼마를 받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연금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과 연계된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내놓았다가 좌초된 기초연금 도입안도 소득인정액 하위 70%의 경우 국민연금 수급자에겐 14만~20만원을, 미수급자에겐 20만원을 주는 방안이었다. 인수위안은 행복연금위 국민연금 연계안과 달리 거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며 하위 70%의 경우 국민연금 수급자와 미수급자 간에는 기초연금액이 최대 6만원 차이난다. 반면 행복연금위의 국민연금 연계안은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기초연금액이 10만~20만원까지 벌어진다.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선 인수위 안보다 한층 불리한 개악안(改惡案)인 셈이다.

개악안은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 노인으로 한정하는 인수위안 수정안보다 재원이 더 들고, 국민연금 수급자에겐 소득 상위 30%라도 4만~1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는 인수위안 수정안보다 박근혜정부에서 1조원 가량 덜 들 뿐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미가입자에게는 20만원을 주면서 꼬박꼬박 보험료를 낸 국민연금 수령자에게는 그보다 적은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차별이다" "국민연금을 탈퇴해 기초연금만 받겠다"며 인수위안에 반발했던 취지가 무색해진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과 연계된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한 지 9년이 지났다. 그 사이 국민연금ㆍ기초연금 등을 둘러싼 여건은 상당히 바뀌었다. 여야는 2007년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늦추려고 '그대로 내고(보험료 9% 유지) 덜 받는'쪽으로 국민연금을 손질했다. 그 결과 2007년까지 낸 보험료에 대해서는 40년 가입자의 경우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60%(소득대체율 60%)를 적용받던 가입자들은 2008년에는 50%, 그 이후에는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부터는 40%를 국민연금으로 받는다. 실제 평균 가입기간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소득대체율은 그 절반인 20%을 약간 웃돈다. 소득대체율이 60%일 때만 해도 국민연금을 기초ㆍ소득비례연금으로 나눌 실익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여야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즉 저소득 노인의 빈곤 완화를 위해 '과도기 기초연금'이라 할 수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기초노령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A값)의 5%에서 2028년까지 10%로, 다시 말해 약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단계 인상될 예정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과의 연계 방안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 다수인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더 불리해지는 기초연금안을 파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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