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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세 여자'로 7년만에 다시 만난 연극계 대모 박정자·손숙

"무대 위 전쟁 함께하는 전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죠"

박정자 '방대한 대사량'

손숙 '1인2역' 소화위해 "연습만이 살길" 각오

한 여자의 삶·행복 이야기 10월 3일 명동극장서 막 올라

연극 '키 큰 세 여자'로 7년 만에 한 무대에 서는 연극계 대모 박정자(왼쪽)와 손숙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게 여전히 긴장감을 주는 상대라는 것만으로 감사해요.”(박정자) “어려울 때 떼쓸 수 있는 소중한 전우죠.”(손숙)

손 꼭 잡고 서로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돈독한 자매 같다. ‘우린 무대 위 전쟁을 함께 치르는 전우’라고 말하는 두 여인은 요즘 휴일도 없이 하루 7~8시간을 서울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지낸다. 국립극단이 10월 올리는 연극 ‘키 큰 세 여자’로 8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난 두 연극계의 대모는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사법고시도 거뜬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힘든 작업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극제가 되어주는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키 큰 세 여자는 고집 세고 까다로워 누구도 좋아하기 힘든 한 여자의 인생을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인 세 여인이 만나 재치 있게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으로, 미국 현대연극의 거장 에드워드 올비의 자전적 희곡이다. 박정자는 죽음을 앞두고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을 잃어가는 90대 할머니 A를, 손숙은 A의 변덕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50대 간병인 B를 맡아 중년의 불안함과 담담함을 보여준다. 자신이 늙는다는 것을 상상 조차 못하는 당돌한 20대 C는 국립극단 시즌 단원 김수연이 연기한다. 박정자와 손숙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2007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연극에 임하는 두 대모의 캐치프레이즈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키 큰 세 여자는 1막은 리얼리즘, 2막은 표현주의로 성격이 다르고 방대한 대사량(박정자)에 1인 2역(손숙)까지 있다. 이병훈 연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배우 잡는 작품”이다. “50년 넘게 많은 작품을 했지만, 매일 홍역 앓는 것처럼 정말 괴로워요. 90대 치매 노인이 자신을 제삼자로 두고 바라보는 설정인 데다 대사도 맥락 없이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니 머리엔 쥐가 나죠. 하도 정신없다 보니 손숙이 제 대사를 하고 있을 때도 있어요(웃음).”(박) “정말 오랜만에 뭔가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엔 박 선생님께 ‘우리 합숙할까요?’라는 이야기까지 했다니까요. 준비하는 우리는 어려워도 관객은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손)

무려 반 백 년이다. 50여 년 간 무대와 함께한 두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박정자는 “함께 설 배우가 많지 않아 더욱 소중하다”며 “손숙처럼 무대 위에서 함께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내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때 연극을 포기하려 했던 손숙에게 박정자는 ‘연극을 통해 비로소 손숙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이라며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씨름을 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을 반추하며 손숙은 “나 어려울 때 내 투정을 다 들어준 분”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세 명의 ‘한 여자’가 전하는 삶·죽음·행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연극의 꽃’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배우 박정자와 손숙의 ‘전우애’가 담긴 ‘키 큰 세 여자’는 10월 3~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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