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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GE의 개혁 마인드

김영만 <재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기업이지만 이 회사의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 125년의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뉴욕증시의 기본 지수인 다우존스지수가 1896년 시작된 이래 계속 올라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100여년 동안 창업자 에디슨을 제외하곤 현재의 회장을 포함해 단지 8명의 회장이 있었을 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GE가 꾸준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뒤집어엎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추구해온 기업문화유산의 전통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GE에는 8번 회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때마다 비슷한 양상이 후임자에게 승계됐다. 물러나는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후임자를 선임한다. 퇴임한 7명의 회장은 예외 없이 당대의 전설적인 기업경영자로 명성이 높았고 기적을 낳는 기업인으로 추앙받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GE의 전통유산은 후임자가 전임자의 경영패턴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으로 일관됐다. 현재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전임 잭 웰치의 절대적 지원으로 회장에 취임해 처음부터 많은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멜트 회장이 웰치 전 회장을 부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전임자들이 걸어온 길과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과 유산을 간직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는, ‘혁명적(revolutionary)’ 접근이 아닌 ‘발전적(evolutionary)’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축적과정으로 인해 오늘날 GE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 경제는 절망과 기아 수준의 60년대 이후 40년 동안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까지 이르는 경제적 기적을 이뤄냈다. 가발에서 시작한 수출산업이 의류ㆍ직물ㆍ신발ㆍ합판 등 경공업제품으로 발전됐다. 이어 건설수출로 경제규모를 키웠으며 철강ㆍ조선ㆍ화학제품으로 전환하고 최근에는 반도체ㆍ자동차ㆍ통신산업에까지 이르러 선진국과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전세계시장을 석권하며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힘을 이루고 있다. 한국경제의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직 수출만이 제대로 되고 있어 만약 수출에 나쁜 징조가 생기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두려움이 가득하다. 한국의 막강한 수출산업을 오늘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40여년간 기업에 종사했던 많은 이들은 경제입국이란 국가적 사명감으로 개인생활을 희생하면서 열심히 일해왔다. 열심히 일하면서 선진기업을 따라가기 위한 변화와 경영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경제개발시대에 열심히 일했던 오늘의 50대 이상, 60~70대의 사람들은 아무도 현재에 안주할 것을 생각해본 일이 없었고 그렇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만약에 그들이 현재에 안주하려 했다면 오늘날의 중화학공업과 자동차ㆍ반도체산업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분야의 투자결정은 기업가에게는 과감하고 외로운 변화를 위한 결정이며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개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하는 뼈를 깎는 시련의 과정이었다. 오늘의 젊은 세대가 생각하듯이 편안하고 기득권이나 즐기는 세대로 살아오지 못했다. 다만 사회가 발전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퇴직금이나 연금을 기반으로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되고 소수의 부유층이 생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은 끊임없는 개혁과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오늘날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세대라고 하겠다. 사회적 연속성이 있을 때 신뢰가 생기고 신뢰 속에서 확신과 용기가 생기게 된다. 단절하려는 시도는 과거에 대한 부정으로 인식돼 불신이 싹트게 되고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서는 확신과 용기를 가질 수 없다. 누구는 개혁 마인드고 누구는 아니라는 식의 편가르기 분위기는 계층간ㆍ지역간ㆍ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과거를 부인하는 단절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생긴 불신이 기업과 소비자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위축시키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위축과 소비위축은 불가피하다. 개혁과 변화는 비단 오늘날 한국사회만의 화두는 아니다. 2,000년 전 중국과 로마에서도 있던 과제였고 인류가 존속되는 한 추구해야 할 일이다. 다만 과거의 유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연속적인 사회여건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자세가 아쉽다. 125년 동안 꾸준히 개혁을 시도해서 성공했고 지금도 이멜트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오랜 전통유산을 지키는 가운데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GE의 노력에서 혼란에 휩싸여 있는 한국경제에 방향을 잡아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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