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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이라크 선거 연기는 안된다

<파이낸셜 타임즈 1월 17일자>

이라크에서의 유혈사태가 갈수록 확산됨에 따라 오는 30일로 예정된 선거를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2주 동안 유혈사태는 더욱 늘어나면서 선거를 상처투성이로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은 참극의 연속인 셈이다. CIA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위원회는 지난주 이라크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시인했다. 이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백번 인정하더라도 선거는 강행돼야 한다.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서 희생을 감수한 채 전진하려는 노력조차 접어서는 안된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대외정책담당 위원, 라크다르 브라히미 전 유엔 이라크 특사 등과 같은 합리주의자들은 현재의 선거일정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는 이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선거 연기론자들은 연기 목적을 명확히 설명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다수세력인 시아파뿐만 아니라 저항 주도세력이 제시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수백년간 누려왔던 헤게모니를 상실하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소수세력 수니파를 달래고 흡수하는 것이다. 임시정부가 들어섰을 때 수니파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를 분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제한적 사면 같은 조치도 미국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폭력에 반대하는 민족주의 진영의 대표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미국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미군은 오히려 팔루자 공세 등을 통해 수니파와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다시 말해 미국은 수니파를 달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초토화 정책으로 일관했다. 여기에서 빚어진 문제가 선거일정을 조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 선거 연기는 오히려 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와 쿠르드족 등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선거를 통해 수립되는 정부를 통해 화합에 대한 기대를 살려나가야 한다. 절름발이 선거의 문제를 극복하고 이라크 모든 국민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는 데 수니파를 참여시키려면 정통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거를 연기한다고 해도 내전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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