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리랑카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 신문을 보다가 '코리아타운'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스리랑카에 동포 1,000여명이 살고 있지만 코리아타운이 있다고 들어본 바 없기에 궁금해서 기사를 마저 읽어보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를 관통하는 기찻길 옆 한 판자촌이 바로 코리아타운이었으니 이 나라에서 1950년대 한국은 가난의 대명사였던 모양이다. 물론 외국에 비친 당시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은 나이 지긋한 분들이나 알고 있고 젊은 세대는 설마 하며 이해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스리랑카에 매년 1,000만달러의 무상원조와 5,000만달러의 장기저리 차관을 제공하고 있고 2만5,000명의 스리랑카 근로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내전 종식 후 8%대 성장 거듭
지난 1950년대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부터 무상교육ㆍ의료를 실시할 정도로 내공이 쌓인 나라였다.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 자서전에서 1960년대 초 스리랑카를 부러워했을 만큼 아시아에서 꽤 잘나가는 국가였다. 영연방 국가들이 1951년에 창설한 협력기구 콜롬보플랜의 사무국을 유치한 국가도 스리랑카였다. 우리나라도 이 기구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았으며 1980년대까지 적잖은 공무원들이 콜롬보플랜 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해외 연수길에 나섰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10년 넘게 실시한 국유화 등 사회주의 정책이 스리랑카의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군과 타밀 반군의 무력분쟁으로 1983년부터 26년간 경제발전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 허비됐다. 어려운 시기에도 스리랑카는 저력을 보여줬다. 국민소득 약 3,000달러, 문맹률 7%, 예상수명 75세, 초등학교 진학률 95%, 전력보급률 91%를 달성했으며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도 이뤄냈다.
2009년 내전 종식과 함께 평화를 찾은 스리랑카는 지난 2년간 8%대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첫 고속도로가 최근 개통됐고 남부 지역에 항만과 공항도 건설되고 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50억달러가 넘는 해외근로자 송금, 40억달러 수출의 봉제산업, 세계시장 1위인 실론티ㆍ고무산업, BBC 선정 세계 50대 관광지 등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어 스리랑카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들도 제2고속도로, 정유공장 증설과 태양광발전 등 굵직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소업체들도 다시 스리랑카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가 10억달러 이상 유입됐다는 점은 투자처로서 스리랑카의 안정성과 발전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과 인프라ㆍ발전ㆍIT협력 강화
지난주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6년 만에 국빈방한했다. 1990년대 초 우리 기업들이 스리랑카에 대거 진출했을 때 노동부 장관으로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손수 해결해주기도 한 라자팍사 대통령의 한국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인사회 원로들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며 고마워한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우리 기업인들과 면담하고 산업시설을 둘러봤으며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한국과의 협력강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화답 차원에서 스리랑카에 대한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정상회담 분위기도 매우 우호적이었으며 한ㆍ스리랑카 간 인프라ㆍ발전ㆍ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우리 기업인들로서는 호기를 잡은 셈이다. 스리랑카에 과감히 진출해볼 필요가 있다. 대사관은 방문 기업인들을 위한 지원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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