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7·30재보선] 정권실세 박차고 지역벽 도전 … 호남서 정책대결 '싹' 틔웠다

■ 이정현 당선인은

1995년 광주 시의원 출마로 시작

2004년 17대 총선서 1% 득표 '눈물'

19대 총선 광주 재도전 39.7% 선전

지역구도 깰 최적임자로 인정 받아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호남 지역의 특정 정당 독점 구도를 깨며 '빨간 새싹'을 틔웠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광주시의원에 출마하며 처음으로 지역주의 구도에 도전한 지 19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전남 지역에서 여권(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19대 총선과 6·4지방선거에서 야당 소속의 김부겸 후보가 대구 지역에 출마해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견고한 벽'으로만 느껴졌던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은 1984년 민주정의당 당직자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전남 곡성 출생인 이 당선인은 당시 경상도 출신 일색이던 여권 내부에서 '호남 사투리'를 쓰는 이방인으로 통했다.

지방선거 출마 경험을 거쳐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후보로는 유일하게 광주 지역(서을)에 출마해 1%를 득표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광주 유권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목격한 이 당선인은 7㎞ 정도를 걸으며 내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무모한 도전'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관심을 받으면서 빛을 발했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되며 박근혜 대통령을 항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칩거 생활을 할 때 이 당선인이 소통창구 역할을 전담하며 '박근혜의 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루에 10개가 넘는 휴대폰 배터리를 지니고 다니며 박 대통령의 입장 및 근황을 묻는 정치권 인사와 기자들의 전화에 일일이 응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18대 총선에서는 '호남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이 당선인의 공천을 챙겼다고 한다.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호남 지역 예산 확보에 공을 들였다.



4년간 절치부심한 이 당선인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 지역에 재도전해 39.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영호남의 지역주의 구도를 깰 수 있는 적임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고 18대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수행하며 박 대통령의 당선에 큰 기여를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어 홍보수석까지 지내면서 '정권 실세'로 자리매김한 이 당선인은 재보선 직전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정치권 내부에서 이 당선인의 사퇴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았지만 돌연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순천·곡성 지역 곳곳을 누비며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진심을 확인한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10년 전 광주에서 1%를 득표하는 데 그친 이 당선인에게 직접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줬다. 이 당선인은 30일 당선 소감을 통해 "제가 잘나서 당선된 게 아니라 '일단 한 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유권자들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국민 여러분이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선인이 지역주의 구도 균열의 물꼬를 튼 가운데 '제2의 이정현'은 영남 지역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호남 지역에서 여당 의원이 배출된 만큼 다음 20대 총선(2016년)에서는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원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이 지역감정 해소에 앞장서준 만큼 대구·경북도 다음 선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