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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2일 재벌개혁에 이어 보편적 복지를 구호로 연간 33조원 규모의 거창한 대책을 쏘며 총선 복지전쟁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 현실을 무시한 지르기식 정책이 많아 되레 취업난을 겪는 청년 일자리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원마련책도 극히 불확실해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한나라당도 복지정책 경쟁에 본격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ㆍ무상의료에 반값등록금과 일자리복지ㆍ주거복지 등을 묶은 '보편적 복지 3+3'정책을 올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복지논쟁 당시 내걸었던 '3+1(무상급식ㆍ보육ㆍ의료+반값등록금)'에 일자리와 주거를 넣어 복지 파이를 더 키웠다. 그러면서 1탄을 청년복지로 정하고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이 매년 3% 이상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법인세수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해 고졸 청년들에게 최대 1,200만원의 창업자금을 일시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사병에게 매달 30만원씩 지원금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깊다. 우선 대기업과 공기업이 청년을 3% 이상 고용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4대그룹 중 한 곳인 SK는 전체 임직원 수(3만5,000명)의 3%가 훨씬 넘는 1,6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임직원 수가 600명에 못 미치는 예금보험공사도 지난해 48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해 8% 이상을 새로 고용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경기와 기업 사정에 따라 채용목표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일률적으로 규제하려다 일자리를 더 죽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값등록금의 혜택을 입는 대학생과 형평성을 들어 고졸 창업자에게 창업교육만 받으면 1,200만원의 목돈을 일시에 쥐어주겠다는 민주당의 발표에 대해 청년 백수를 넘어 청년 파산을 양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사 월급을 당장 오는 2013년부터 20만~30만원가량 인상하는 지원금 제도 역시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병사 월급 인상에 적극 나섰지만 지난 2005년 6월 4만6,000원 수준이던 일반병의 급여는 6년 이상 흐른 지금 평균 9만원 수준이다. 한나라당도 병사 월급을 4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의 안정성만 흔들면서 혼란만 가중시킬 복지대책들에 "그나마 재원마련책이 불확실한 것이 다행"이라는 핀잔이 나올 만큼 재원대책도 허술하다. 민주당이 청년복지를 비롯해'3+3'보편적 복지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한 돈은 연평균 약 33조원. 민주당은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지도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국가부채를 늘리지도 않으면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 재정과 복지 분야의 세출 축소와 조세체계 개편만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경제 전문가 대다수가 민주당의 재원마련 방안은 불확실해 믿기 어렵고 선정성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국책 사업을 구조조정해 2013년 이후 국비 지출을 10조원가량 절감하겠다고 했지만 재검토할 구체적 사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줄일지에 대한 방안은 없거나 모호한 상황이다. 현 정부를 비난하며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형식적 구호에 기댄 재정감축 계획이 대부분인 것.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간 33조원이면 정부 총지출의 10%를 넘는데 구체적 로드맵도 없이 시행할 수 있겠느냐"며 "복지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도 어려워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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