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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열린 마음, 열린 새해

한 해의 끝자락이다. 점점 시간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걸까. 실제로 시간은 똑같다. 다만 같은 시간 동안 보고 듣고 느끼는 크기가 다를 뿐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조급함 속에 똑같은 것을 보고 듣고도 무언가 놓치는 것은 없는가. 호프스태터 교수의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자.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를 보기 위해 가던 중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에 시동이 꺼져 기차선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버린다. 아버지는 시동을 다시 걸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기차는 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고 아들은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 담당외과의사가 수술을 위해 차트를 보더니 “난 이 응급환자의 수술을 할 수가 없어. 이 애는 내 아들이야”라며 절규한다.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있었다. 통상 남자들이 하는 담당외과의사가 말했다는 상황 속에서 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답은 그 의사가 아들의 엄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얘기를 해보자. 새 구두를 신고 나가면 거리에 구둣가게가 눈에 띄고 보통 다른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임신을 하면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던 임산부들이 많아 보이고 거리를 걷다 아기 용품점을 찾게 된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거리에서 똑같은 사물을 보고도 상황에 따라 이렇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이다. 우리 모두 새해에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고,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펀드 등으로 재테크도 잘해서 돈도 벌고, 내 집도 마련하고. 다 좋은 계획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소망하는 것이 있다. 우리 모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조급함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가리개로 앞만 보게 만든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보자. 그리고 열린 눈으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새해에는 세상이 달라져 보이고 내가 달라질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와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나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며 활짝 웃던 환경미화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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