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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사진) 노동부 장관이 25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법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조항이 명시돼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지난 1997년 제정된 후 노동계의 반발 탓에 세 차례의 유예 조치를 거치면서 13년 동안 사실상 사문화돼왔다. 노사 관계 선진화 차원에서 이제는 시행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단체들은 이에 대해 “느닷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예 두 조항을 법에서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사 새 불씨=법 81조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노조가 부담해야 된다는 뜻이다. 노동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노조는 대부분 기업별 노조로 조직돼있으며 300인 미만 사업장에 조직돼 있다. 이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또 노조 전임자 임금 부분을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 밖에 없으며 이는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국제노동기구(ILO)도 국내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조항”이라며 “노조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법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노동계가 법이 유예된 상황에 안주해 있다고 지적한다. 법은 유예를 하면서 부칙으로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놓았는데 해결 노력은 없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13년 동안 하지 않은 개선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준비를 갖춰 내년부터 시행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도 불씨=복수노조 역시 13년 동안 유예돼 있는 조항이다. 쟁점은 창구 단일화로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사측이 여러 개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데서 생기는 비효율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배타적 과반수제(여러 노조 가운데 선거에서 이기는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 방식), 비례대표제(소속 조합원의 수에 비례해 교섭 대표를 뽑는 방식) 등이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복수노조 허용 여부 역시 노사 자율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두 조항은 법 개정이나 또 한번의 유예 조치가 없으면 내년부터 자동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그대로 가겠다는 생각인 반면 노동계는 법 개정을 통해 아예 두 조항을 삭제해야 된다는 입장이어서 비정규직법 개정과 함께 올해 내내 분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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