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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6월27일] 기기국


1883년 6월27일(음력 5월23일). 조선 정부가 한양 삼청동에 기기국을 세웠다. 독자적인 근대병기 생산을 위해서다. 기기국 설립에 조선은 나름대로 힘을 쏟았다. 대원군 집권기에 시도했던 서구무기 복제 시도와 달리 청나라에 군사유학단인 영선사를 보내 일부 기술도 익혔다. 독일제 12마력 증기기관 도입도 서둘렀다. 기대와 달리 기기국은 성과를 못 냈다. 직속공장인 기기창도 4년5개월이 지나서야 만들어졌다. 각종 사료에는 기기창에서 무기와 탄약을 제작했다고 적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을 얼마나 생산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없다. 상소문 몇 개에 근거해 한동안 탄약과 뇌관을 만들고 기계 생산을 시도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나마 소규모 생산시설도 나중에는 거의 놀렸다. 실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기술력 부족과 외국제 수입 완제품으로 근대화를 살 수 있다는 착각 탓이다. 조선을 삼키려던 청나라와 일본의 교묘한 방해공작도 기기창의 무기생산을 가로막았다. 병기 국산화에 실패한 조선의 악수는 마구잡이식 수입. 재정의 4분의1을 국방비에 쏟아부었지만 미국과 영국ㆍ독일ㆍ러시아ㆍ일본의 소총과 대포를 무분별하게 사들이는 통에 제대로 된 부품ㆍ탄약 관리와 군수지원이 이뤄질리 만무. 조선은 결국 무너졌다. 부국강병의 꿈으로 출발했지만 망국을 막지 못했던 기기국이 출범한 지 124년. 오늘날 사정은 얼마나 다를까. 이지스구축함과 고유 모델의 전차ㆍ전투기까지 생산하는 군사ㆍ산업강국이라고 하지만 실속이 없다. 금액 기준으로 군장비 구입비의 83%가 외국에 흘러나가는 반면 국내 방위산업은 가동률 50% 미만의 경영난에 허덕인다. 가끔씩 터지는 무기수입 비리도 열강의 무기상이 건네주는 커미션을 받아 먹던 탐관오리의 행태와 닮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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