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의 발언은 사용자단체의 평소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현시국에서 주목할 타당성이 있다. 정치와 노조의 유착관계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산업계 전체의 분위기를 외면할 일이 결코 아니며 정치만능주의에 빠진 사회 일각에 대해서는 경고 메시지의 의미가 있다.
지금 선거판을 들여다보면 노동단체와 정당이 통합과 정책연대라는 구호 아래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노동계 인사들만도 줄잡아 70여명을 웃도는 가운데 노동단체 간부들은 입당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바쁜 모습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까지 겸임하면서 의원직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니 국민의 눈에는 당연히 그렇게 비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를 넘은 노조의 정치화나 정치세력과의 결탁이 조합원들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동단체와 정당 간 통합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정치권의 묻지마식 노동공약이 과연 총선 이후에도 실질적인 정책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거니와 자칫 정치권을 등에 업은 노조의 간섭과 개입이 기업활동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노동단체들은 냉정을 되찾고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책건의나 입법청원 등을 통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치권도 눈앞의 표 때문에 노동계를 끌어들이는 저급한 정치는 때려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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