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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컴퓨터에도 KBS 수신료가?

지난 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KBS 국정감사 핵심은 단연 수신료 인상 문제였다. 늘 그랬듯 이날 역시 그간의 똑같은 논리에 같은 대응뿐이었다. “25년간 2,500원에서 단 한푼도 오르지 않은 수신료로는 공영방송의 책무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KBS의 주장에 “공영성과 경영합리화부터 우선 강화하라”는 야당의 반박이 시계추처럼 되풀이됐다. 새로운 논란거리도 불거져나왔다.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개인용 컴퓨터에도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복잡한 말의 수사가 이어지지만 사실 논리는 단순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건 방송이라는 특수성과 수신료라는 민감한 재원 탓이다. 방송은 모든 국민들이 매일 방에 드러누워서 보는 만큼 다른 세금의 쓰임새와는 달리 우리 눈으로 당장 보는 콘텐츠요, 서비스다. 그러나 그 수신료의 결과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라디오를 포함해 9개의 채널로 대북방송과 해외를 대상으로 한 국제방송까지 맡고 있다지만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는 일반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국민들의 정서는 의외로 단순하다. “MBCㆍSBS와 별 차이도 없는데 왜 두 방송사는 걷지 않는 돈을 털어가냐”는 논리다. KBS야 할 말도 많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겠지만 국민들의 이런 생각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돈 몇천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왕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해 추진하려 한다면 이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 국민을 설득할 궁리부터 해야 한다. “컴퓨터에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KBS는 전국에 PC가 몇 대나 보급이 됐는지, 그 PC를 어떻게 파악해 어떤 방법으로 수신료를 징수할지 연구해본 적이 있을까. PC가 필수품이 됐으니 전기를 쓰는 모든 가구에는 PC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지금처럼 한전 통합고지 방식을 택할 것인가.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기 전에 KBS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지는 않을지부터 생각해보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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