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은 쉽게 질리는 반면 수수한 꽃이 두고두고 매력을 발산하는 것처럼 캠리도 그랬다. 1982년 도요타의 세계 전략 모델로 데뷔한 캠리는 지금까지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서 일곱 번이나 베스트 셀러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뭘까.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다는 점과 시간이 지날수록 나름의 색깔을 입어가는 명품의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선 디자인은 특출 나지 않다. 군더더기가 없어 오히려 단조롭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절제의 미덕'이 특징이며 매력인 것. 최근 튀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고 있는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와 가장 비교가 되고 있는 부분인데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스포티함은 살아 있다. V형 캐릭터 라인을 베이스로 날개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역시 캐릭터 라인으로 완고한 이미지를 설정, 다시 절제미가 발휘됐다. 각종 편의장비가 주류를 이룬 화려한 센터페시아에 익숙했던 국산 소비자들에게 캠리의 인테리어는 처음에는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하나 뚜렷한 것은 도요타측이 주장하듯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어느 순간 활기 찬 느낌이 든다. 도어와 대시 보드의 밝은 우드트림, 깔끔하게 순서대로 나열된 에어벤트, 내비게이션 모니터, 에어컨 컨트롤 패널은 외관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가 없다. 플라즈마 클러스터 이오나이저와 듀얼존 타입의 자동에어컨에 의해 차량 내를 항상 신선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해 준다. DVD플레이어, 블루투스 핸즈프리 DVD타입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AVN(Audio Video Navigation) 등이 전 모델에 기본 장착돼 있다. 뒷좌석은 보기 보다 상당히 넓다. 휠 베이스의 연장과 리어 오버행을 짧게 한 덕분이다. 대신 트렁크 공간이 구형 모델 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도로 위 캠리는 더욱 믿을 만 하다. 국내에 출시된 사양은 2.5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자동 6단 변속기 모델. 0~100km/h 가속성능은 9.7초로 무난하다. 60~80km까지 오를 때는 감동을 느끼지 못하지만 80~100km까지 더욱 뒷심이 발휘된다. 그러나 가속감이 더하면서 속도계 바늘이 쉽게 올라간다. 오히려 100km 이상 고속 주행이 안정적이다. 정숙성도 캠리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다. 시동이 걸려 있는 지 잊을 정도로 조용하며,고속 주행시에는 동급의 경쟁차종보다 정숙성이 뛰어나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타입이며 댐핑 스트로크가 길어 승차감이 부드럽다. 노면의 요철도 큰 요동 없이 통과했다. 특히 트렁크와 탑승공간 사이에 하체 안정화 브레이스 및 V자형 브레이스를 이용해 차량의 비틀림 강도가 대폭 개선됐다. 실제로 캠리가 10년간 엔진오일만 바꿔 타도 될 만큼 내구성이 튼튼한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밸런스를 잘 맞춘 합리적인 차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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