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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의 와인 거품

“업무 관계로 만나는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기업체 중역에서부터 독한 술문화에 반발해 건강을 챙기려는 젊은 층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모든 계층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 한국인들의 ‘쏠림 현상’은 외국 언론들에게 자주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제공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불어 닥친 와인 열풍도 예외는 아니어서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이런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올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4,000억원 안팎. 지난 몇 년간 매년 20%에 달하는 비약적인 신장을 한 결과다. 국수적인 입장에서 전통주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와인시장이 이렇게 커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와인시장의 이 같은 규모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와인 가격은 우리나라의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국내 수입와인의 경우 관세ㆍ주세 등 각종 세금이 일본과 다르기도 하지만 세금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복잡한 유통구조가 와인 값에 과도한 거품이 끼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와인수입상 30%, 도매상 20%, 소매상 30% 등 여러 단계에 걸쳐 높은 마진율이 붙는다. 여기에 80~200%의 마진이 추가적으로 붙는 고급 와인바나 레스토랑의 와인 값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유통구조를 개선할 경우 와인 가격을 지금보다 30%는 더 낮출 수 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도 와인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금도 잘 팔리는 데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와인을 마시면 스마트하고 세련된 사람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 역시 와인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쏠림 현상이 와인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를 싹부터 잘라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와인 시장의 거품을 꺼지게 하기 위해서는 비싸면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반드시 가격을 따져 봐야 한다. 그래야만 와인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도 유통구조 개선노력을 펼치고 이는 와인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마시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인데 지금 와인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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