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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도 소비성향은 최저…저축능력은 최고

장기불황 탓에 가계가 지갑을 열기를 꺼리고 있다.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소득이 6.3% 늘었지만 소비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는 되레 0.7% 감소했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3ㆍ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414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6.3% 늘었다. 명목 소비지출은 246만7,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가 줄었던 2009년 1ㆍ4분기(-3.6%) 이후 가장 낮다.

소비자 물가 상승분(1.6%)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소득은 4.6%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4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 0.8% 줄었다. 당시 물가가 4.0%나 급등한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ㆍ4분기 이후 처음인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79만2,000원으로 6.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득 증가, 고용 확대 등으로 경상조세가 12.5%나 늘었다. 연금(8.2%)과 사회보험(7.2%) 지출도 많이 증가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 가능소득은 월 335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3% 늘었다.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24.8%나 급등한 88만3,000원이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26.4%,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73.6%로 각각 3.9%포인트씩 오르고 내렸다. 해당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와 최저치다. 지난 2분기 각각 역대 최고ㆍ최저를 기록했다가 3ㆍ4분기에 다시 이를 경신한 것이다. 평균소비성향의 낙폭(-3.9%포인트) 역시 역대 최대다.

통계청은 보육료 지원 등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24.6%로 역대 3ㆍ4분기 가운데 가장 낮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2.0%로 1년 전보다 7.3%포인트나 내렸다.



항목별 소비지출을 보면 식료품ㆍ비주류음료(4.2%), 의류ㆍ신발(2.1%), 주거ㆍ수도ㆍ광열(5.6%),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6.3%), 오락ㆍ문화(4.8%), 음식ㆍ숙박(3.0%) 등이 늘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장비 지출이 307.9%나 급증해 전체 통신 지출도 7.7% 증가했다.

유치원비 지원, 대학 등록금 인하 등으로 교육 지출은 6.1% 감소했고, 보육료 지원 덕분에 복지시설 지출이 포함된 기타상품ㆍ서비스 지출이 0.5% 감소했다. 완성차 파업 여파로 자동차 구매에 쓴 지출이 20.2%나 급감해 전체 교통 지출은 1년 전보다 3.4% 줄었다.

5분위별 소득은 모든 분위에서 증가했다. 1분위(9.1%)와 5분위(7.6%) 증가율이 높았다. 소비지출은 2분위가 감소하고 4분위는 제자리걸음 했고, 나머지는 모두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모든 분위에서 감소했다.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은 4.98배로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고용 호조세, 물가 안정 등으로 가계소득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가계수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흑자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 여력이 높아져 앞으로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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