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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14일] 한·아세안 협력의 기회와 도전

정하용(경희대 교수·국제학)

미국발 금융위기가 외환위기와 수출 부진 및 경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도 외부적 충격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완충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 경제와 지역 경제 간 연동 구조가 심화된 상태에서 외적인 충격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지역협력체의 존재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 요인이 됐다. 외부 충격 완충 役필수 요인
한국에 있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은 이러한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로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기술 이전과 수출 시장, 투자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일 수 있다. 한ㆍ아세안 간의 우호적인 교류 역사와 상호 보완적인 통상 구조를 볼 때 양자 간 협력 체제의 강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 요인들은 크게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세안 공동체와 한국 간 협력 체제는 양자적 관계만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역외 구조적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은 여전히 미국 경제를 제외하고는 협력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일본과 중국의 지역 패권을 둘러 싼 경쟁관계는 한ㆍ아세안 간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전혀 의도하지 방향으로 내몰 수도 있다. 이처럼 한ㆍ아세안 협력은 세계경제체제의 의존과 경쟁구조하에서 규정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찾아나가야 하는 어려운 정책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자율적 자유화 노력이 좌초된 이래 동아시아 경제 질서는 지역전반에 걸치는 협력보다는 선별된 대상국들과의 자유화 협상을 경쟁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동아시아 경제 질서의 자유화를 추동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와 이에 따른 강제적 정책 수단의 사용이었다. 아시아 지역 내의 자발적인 통상자유화에서 경험이 부재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동아시아 경제에 기회이자 잠재적 위험요인이기도 한 중국의 공세적 정책 역시 지역협력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성장은 동아시아에 ‘기회’ ‘위협’ ‘위험’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인식하면서 중국 정부는 미래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자원을 둘러싼 러시아ㆍ중앙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로의 진출, 그리고 시장 및 지역영향력 확대를 위한 아세안으로의 진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예감되는 위기의 정도가 클수록 중국의 대외적 진출은 그만큼 확대될 것이며 중국의 해외진출로 촉발될 에너지ㆍ자원ㆍ시장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력과 정치군사적 입장에서 비롯되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역통화협력을 통한 외환 시장의 안정성 확보와 통상과 투자의 다변화를 위한 지역협력체제 수립의 필요성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 국가는 한국이다. 한중일 동북아 공동체가 성립되기 어렵다면 당연히 지역협력의 주요 파트너는 아세안이다. 지역체제 형성 인식 공유해야
먼저 아세안과 한국이 상대방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한 공동인식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에 중요 강대국에 의해 지역적 문제가 결정되는 협약체제(concert system)를 막고 한국과 아세안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지역체제를 형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공동인식을 통해 한국은 아세안과의 적극적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지역적 패권국의 경쟁을 이용해 자율성을 확대하고 분쟁시 조정자나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아세안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 오는 6월 제주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한국과 아세안의 본격 협력의 전주곡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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