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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대 농협금융 회장의 이상한 자진 사퇴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00일도 안 돼 돌연 회장직을 사퇴했다. 신 회장은 사임배경으로 "출범 당시 조직안정이 최우선이라 내부인사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지만 조직이 어느 정도 추슬러진 만큼 은행장직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회장의 말과 달리 농협은 최근 조직안정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농협노조는 정부의 농협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 체결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겸직논란에 휩싸인 이만우ㆍ이장영 두 사외이사의 사퇴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때문에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대형 전산사고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금융지주 회장직 사임배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의 알력설이 나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최 회장의 영향력이 워낙 공고해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를 느끼며 갈등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등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새로 금융지주 회장으로 오게 될 외부 유력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는 것이다. 올 초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에도 회장 자리를 놓고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당시에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전반적인 반대여론과 농협노조의 강력한 반대 등이 맞물려 내부인사 낙점으로 마무리됐다.



외부인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인사도 능력만 갖췄다면 내부 출신 인사와 또 다른 면에서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객관적 능력과 평판보다 청와대나 주무부처와의 배경과 연줄에 의해서 결정되는 데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을 4대 천왕이라고 부르는 등 비판적 여론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만일 예상대로 농협금융지주 새 회장에 전직 고위관료가 선임된다면 조직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내부 출신 회장을 취임 100일도 안 돼 하차시킨 무리수의 후유증이 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협은 신경분리 등 구조개편을 둘러싸고 노조 총파업이 예고되는 등 조직갈등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상태다. 대선정국과 맞물릴 경우 뜨거운 이슈로 비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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