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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달 장군의 후손들

황원갑 소설가·한국풍류사연구회장

[기고] 온달 장군의 후손들 황원갑 소설가·한국풍류사연구회장 황원갑 소설가·한국풍류사연구회장 얼마 전에 한 독자의 전화를 받았다. 졸저 ‘민족사를 바꾼 무인들’ 가운데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가 궁금해 한 점은 온달(溫達) 장군에게 과연 후손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필자의 책을 읽고 ‘삼국사기’ 온달열전을 다시 한 번 찾아보았는데 온달과 평강공주(平崗公主) 부부에게 자식이 있다는 대목은 없었다고 했다. 그 독자가 읽은 부분은 온달이 군대를 이끌고 신라를 치러 내려가기 직전을 그린 장면인데 내용은 이렇다. ‘…대궐을 물러나 집으로 돌아온 온달은 아내 평강공주와 자식들에게 자신의 출전을 알리고 작별을 했다. 그때 눈먼 홀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떴지만 사랑하는 평강공주와 귀여운 자식들과는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역사에 아무리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구걸하던 바보였으나 하루아침에 평강왕(平崗王)의 사위가 된 고구려의 용장 온달과 평강공주의 유명한 러브스토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달을 도시조(都始祖)로 모시는 문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듯하다. 온달을 도시조로 모시는 사람들은 바로 봉성 온씨(鳳城溫氏) 문중이다. 봉성은 오늘의 전북 김제 금구 땅이다. 온달의 후손으로서 고려 공민왕(恭愍王) 때 우부시랑을 지낸 온신(溫信)이 신돈(辛旽)을 탄핵하다가 봉성으로 내침을 당해 그곳에서 세거하게 되었으므로 그 후손이 온달을 도시조로, 온신을 제1세조로 모시고 본관을 봉성(금구)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게 온달을 조상으로 모시는 후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그 독자도 그제야 납득이 간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필자가 온달의 후손인 봉성 온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4년이었다. 그때 온달의 일대기를 쓰기 위해 그의 전사지로 추정되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온달산성을 처음으로 답사했는데 당시 봉성온씨종친회장이던 온명오씨, 그리고 영월의 향토사학자 박영국씨 등과 동행했던 것이다. 그날 답사를 하면서 온달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온명오씨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가끔 다니면서 보면 온달식당이니 온달주점이니 하는 간판이 눈에 띄는데 그런 걸 볼 때마다 우리 온가들은 기분이 안 좋지요. 아, 자기들은 자기네 조상 이름을 식당이나 술집 상호로 삼으면 기분이 좋겠어요?” 필자도 수십 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온달주점이니 온달반점이니 하는 간판을 본 적이 있어서 그냥 웃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만약 김수로왕(金首露王)과 김유신(金庾信) 장군의 후손인 김해 김씨들이 수로식당이니 유신반점이니 하는 간판을 본다면 기분이 편치 못할 것이다. 또한 원효식당이니 원효주점이니 하는 간판을 본다면 원효대사(元曉大師)와 설총(薛聰) 부자의 후손인 경주 설씨와 순창 설씨들의 기분이 불쾌할 것이다. 온달은 신라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출전했다가 아단성(阿旦城)전투에서 전사한 고구려의 용장이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우리나라 역사에서 빛나는 이름을 남긴 영웅ㆍ호걸ㆍ기인ㆍ재사는 많지만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 역사의 무대를 유유히 가로질러간 인물은 온달밖에는 없다. 바보라고 놀림 받으며 구걸해 늙고 눈먼 홀어머니를 봉양하던 온달이 어떻게 평강공주의 남편이 되고 고구려의 장수가 될 수 있었는지도 역사의 수수께끼라 하겠다. 그런데 그동안 온달이 전사한 아단성을 서울 성동구 광장동과 구의동에 걸쳐 있는 아차산성(阿且山城)으로 비정(比定)해온 것이 사학계의 정설이 되다시피 했는데 최근에는 단양 영춘의 온달산성이 고구려의 아단성이었다는 설이 우세한 실정이다. 역사를 공부하며 답사를 하다 보니 역사적 인물의 무덤도 자주 찾게 되고 또 그 후손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역사적 인물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뿌리라 할 수 있는 조상이 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고 조상 없는 후손이 없다. 조상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사람은 누구나 언행언동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 지키기이다. 입력시간 : 2004-08-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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