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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후기] 폐지 줍던 기자, 다시 펜을 들다

서울경제'썸'이 선보인 인터랙티브 기획 '신문 그리고 폐지 줍는 노인'

댓글 1,000개 이상, SNS 공유 수백개 등 반응 폭발적

프레지社, 자신들의 홍보 자료 활용 의사 밝히기도


“몇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 신문지 줍던 어르신들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한 분도 없네요.”

신문쟁이 직장 동료와의 술자리 도중 우연히 나온 이 말이 모든 것의 출발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이 지난주 선보인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획 시리즈 ‘신문 그리고 폐지 줍는 노인’은 그렇게 시작했다.

기획 의도는 단순했다. 지하철에서 자취를 감춘 ‘신문 줍던 노인’이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밀도 있게 담되,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주목했던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 많던 신문 줍던 노인은 어디로 갔을까’란 질문의 답이 신문 산업의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이 노인들이 신문이 아닌 무언가를 여전히 줍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둘을 엮으면 신문 산업과 폐지 산업,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큰 그릇에 담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신문 그리고 폐지 줍는 노인’ 기획물은 예고편을 포함, 총 네 차례에 걸쳐 소개됐다. 티저 영상이었던 예고편에 이어 1편 ‘신문, 독자 마음을 다시 훔쳐라’ 에선 대한민국 신문사(史) 133년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뉴스를 신문으로 소비하지 않는 현대 사회,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언론들의 움직임을 담았다.

특히 이 영상엔 신개념 파워포인트 ‘프레지(Prezi)’ 기법이 활용됐는데, 프레지 사(社) 관계자는 “국내 주요 언론 가운데서 프레지 기법을 기사작성에 활용한 것은 서울경제가 최초”라고 전했다. 국내 독자들도 그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영상 기법에 호평이 쏟아졌고, 프레지사(社)에서도 이를 자신들의 홍보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상에 들어갈 자료를 찾기 위해 일제시대 사료까지 뒤졌고, 50장이 넘는 그림을 손으로 직접 그리기도 했다.



2편 ‘기자, 펜 놓고 폐지 줍다’ 에선 폐지 줍는 노인들의 실태를 현장감 있게 그려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서울 잠원동에서 3년째 폐지를 줍고 계신 박처단(73) 할머니와 함께 기자가 직접 폐지 줍기 체험에 나섰다.



인물 및 날짜 선정이 절묘했다. 박 할머니가 사계절 가운데 일 하기 가장 힘든 때라는 여름, 때마침 최고기온 33도의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극한(?)의 환경이 조성됐다. 촬영에 많은 도움을 준 잠원동의 재활용자원수집소(고물상) 사장의 전언이 “박 할머니는 우리 고물상에서 가장 악바리이니 한번 제대로 당해봐라”였으니, 체험에 나선 기자로선 제대로 된 날을 잡았고, 제대로 된 인물과 함께한 셈이 됐다. 가장 무더운 날씨에 가장 부지런한 할머니의 폐지 줍기를 따라 한 꼴이었지만 그만큼 맛깔나는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영상 역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유튜브에서 이 영상은 2만6,000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격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체험에 나선 기자는 다음날 하루를 꼬박 앓아야 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결실은 훨씬 많았다. 다른 무엇보다 박 할머니, 나아가 폐지 줍는 노인들의 곤궁을 비교적 잘 알리게 된 것 같아 보람이 컸다.



이 기획의 하이라이트는 3편이자 종합편 ‘그 많던 신문 줍던 노인은 어디로 갔을까’다. 앞서 1·2편을 통해 소개된 동영상과 7개의 인포그래픽 시각물, 200자 원고지 14장에 달하는 텍스트(text)가 함께 묶인 기사였다. 앞선 두 개 영상이 신문의 역사와 폐지 줍는 노인의 실태를 감각적으로 다룬 형식이었다면 이를 한 곳에 묶은 종합편은 신문 산업과 폐지 산업, 폐지 줍는 노인들의 실태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기획부터 완성까지 3주를 꼬박 쓴 결과물이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솔직히 ‘반신반의’였다. 더 이상 글자를 읽지 않는 시대에 누군가 말하길 “논문에 가까운 분량”의 기사를 과연 읽어줄지 자신이 없었다.

우리의 우려는 보기 좋게, 기분 좋게 빗나갔다. 기사를 송고하자마자 국내 양대 포털에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본 기사에만 붙은 댓글만 1,000개가 넘었고, 블로그·트위터 등에 기사가 옮겨진 것도 수백 개에 달했다. 온전히 기사를 읽은 데만 20분 여분 정도가 소요되는데다 신문 및 폐지 산업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은 콘텐츠치곤 이례적일 만큼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우리의 노력이, 고민이 독자들과 충분히 호흡 가능한 것임을 확인한 소중한 순간이었다.

독자들은 우리의 기획물에 “노인들이 폐지 줍는 일이 아니어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아이디 ‘초롱이’)”라고 공감했고, “자료와 내용이 매우 성의 있고, 무엇보다 이해가 잘 된다”(아이디 ‘노을’)라고 격려도 해줬다. “좀 더 깔끔했으면 좋겠다”(아이디 ‘심심해그치) 등 따끔한 질책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댓글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들이어서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획은 열정으로 무장한 인턴기자 없인 불가능했을 일이다. 뼈처럼 앙상했던 선배의 첫 제안에 재기발랄함, 생동감을 불어넣어 내실 있는 기사, 볼거리가 풍부한 콘텐츠로 만든 공은 오롯이 그들이 가져가야 할 몫이다. 이 기획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동료 기자들의 아낌없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의 눈부신 젊음에 이번 경험이 의미 깊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 정수현·박송이·양아라·백상진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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