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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 '용의자 X' 주연 류승범 "숨어사는 천재 수학자 캐릭터 가슴으로 이해하는게 힘들었죠"

18일 개봉,‘용의자 X’주연 류승범


배우 류승범(32·사진)은 뿜어내는 연기가 익숙하다. 지난 2000년 형 류승완 감독의‘죽거나 나쁘거나’로 데뷔한 뒤 3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는 주로 감정을 발산하거나 동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18일 개봉하는 영화‘용의자 X’에서 류승범은 전혀 다른 색깔의 옷을 갈아입는다. 수학만이 전부인 세상에서 그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걸 옆집 여자를 통해 알게 된 은둔의 천재수학자(석고)는 여자의 우발적 살인을 보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그녀를 돕는다.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다. 두 남자의 두뇌 대결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영화는 천재 수학자의 내면과 헌신적 사랑에 집중한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범은“(석고)캐릭터를 글로 봤을 때 좋았지만 (연기를 하려 하니) 몸에 와 닿지 않았다”며 “머리보다 가슴으로 그 인물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안으로 침잠(沈潛)하는 연기,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인물을 연기하면서 삶에도 약간의 변화가 일었다고 했다.“말 수도 줄어들고 괜히 우울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행인 건 4개월 빠듯하게 촬영하는 덕에 현장을 떠날 일이 거의 없었죠.”

영화는 배우 출신의 방은진 감독이 연출했다. 류승범은“(본인이) 생각한 석고의 캐릭터와 감독이 그린 인물에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뚜렷한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의 뜻에 따라 그가 구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해 주는 도구가 되자 마음 먹었다”고 했다.

류승범은‘용의자 X’의 포인트를‘신파적 사랑’이라 표현했다.“영화가 신파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 코드가 맞고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인물(석고)의 상징은 도시의 외로운 사람이에요. 저도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지만 사실 누가 옆에 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아직도 순정을 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슬픈 건 그가 이 시대의 루저(패자)가 돼 버렸고, 그래서 세상을 등지고 숨을 수 밖에 없는 사실이죠. 영화는 이런 부분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류승범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출신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마음 한 켠에 품고 있었던 연출에 대한 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연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배우를 하면서 배설되지 않은 것들을 (감독으로서) 순수하게 접근해 보고 싶어요. 양익준 감독의‘똥파리’를 보면 부담 없고 시원시원하잖아요. 후에 못 참을 정도로 연출 욕심이 생기면 이렇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확실한 건 제가 뭔가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 대사 하나를 만들고 그게 영화에 반영이 되면 미칠 듯한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저도 같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일조하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하지만 큰 틀을 흔들고 싶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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