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물가苦에 기존정당 불신… '정치쇄신' 새 패러다임 싹텄다
[파워 시프트] ② 상실과 분노의 시대를 넘어지역이기주의·계파싸움에 민심 등돌려세대갈등 극복·빈익빈 부익부 해소 등 현실적 대안 제시할 새 정치세력 원해정치권도 개혁·소통 내세워 변화 바람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지난 2011년은 '상실과 분노의 시대'로 축약된다. 커지는 양극화에다 고착화된 청년실업, 치솟는 물가 등 어느 것 하나에서도 국민은 위안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분노했다.
선택의 해 2012년에 국민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분노로 표출된 민심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해 뼈를 깎는 고민을 해야 한다.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국민들도 현실적인 선택지인 정치세력에 대해 냉철히 평가해야 한다. 분노의 단순한 표출이 아니라 어떤 세력이 현실적인 '대안 제시'를 하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올해 우리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권력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이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에 이어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올해, 국민의 평가와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
이미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이 양립해온 '1987년 체제'가 무너지고 세대 간 갈등은 한국 사회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오는 4월과 12월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다.
◇ 기성 정치를 거부하다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의 재보선을 통해 우리 국민은 여야 할 것 없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염증을 드러냈다. 여당은 정권 심판론으로 참패했고 야당은 선거에 이겼다지만 여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 따른 '어부지리'일 뿐이었다. 오히려 기성 정치권에 싫증이 난 젊은층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상징되는 제3의 지대에 열광하고 있다.
대권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안풍(안철수 바람)'은 기존 정치구도를 뿌리째 흔드는 바람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정치권 스스로 자초했다. 경기침체로 사회의 근간인 중산층이 붕괴되고는데도 정치권은 계파싸움과 폭력 등 구태를 되풀이하며 혐오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요구하는 민심에 철저히 외면당했다.
임현백 고려대 교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잘 알고 있는 기존 정당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돌아선 민심을 다시 잡기에는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350여일 남는 대선에서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인 정치 체제와 세력을 가지고 있는 여당도,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부상한 시민사회 세력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대권구도만 놓고 보면 안 원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최근 우리 정치사로 볼 때 의미를 두기 힘들다.
이미 한나라당은 비대위 체제로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천개혁도 준비하고 있다. 또 바람으로 시작된 시민사회 세력은 현실적이 대안 제시를 모색하는 등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야당도 새로운 바람을 끌어안으며 통합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롭고 참신한 인물로 진용을 갖춰 민심을 돌릴 수 있고 야당 또한 오직 보수와 격돌하기 위한 융통성 없는 아집과 폭력적 도발을 버려야 진정한 진보세력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패러다임(틀)이 바뀌고 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벌어지고 주목할 정치현상은 정치권력을 만드는 지지세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1987년 민주화 체제'에 기반을 둔 기존 정당정치가 한계에 봉착하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태동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에서 나타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2040 젊은 세대의 쇄신 역풍이 바로 그것이다. 12월 대선의 전초전 격인 4월 총선은 여야에 모두 가장 큰 승부처다. 그러나 여야가 새 체제로 정비하고 운명을 건 격투에 돌입했음에도 정치 패러다임 변화 기류에 힘이 실리면서 총선에서 무소속 돌풍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존 정치권의 변화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신드롬은 소통 없이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며 부패할 대로 부패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올해는 2040 젊은 세대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총선과 대선에서도 거세게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시민사회 세력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뛰어넘는 역설을 극복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실업, 남북 문제 등에서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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