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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류정신을 잃은 전자업계
입력2005-06-16 16:34:16
수정
2005.06.16 16:34:16
민병권기자 <산업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두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양사가 최근 ‘상호 비방’식의 홍보전에 불을 지피면서 전자업계 대표기업이라는 위상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해도 양사는 세탁기ㆍ휴대폰ㆍMP3 등 곳곳에서 스파이 논란과 제품 우열 논쟁을 일으키며 감정싸움을 벌여왔다.
최근 도마에 다시 오른 세탁기의 경우 ‘스팀(고압의 수증기) 세탁’ 성능을 놓고 서로 전기료가 비싸다느니, 스팀 분사력이 다르다느니 하는 게 설전의 요지다. 서로 내세우는 잣대가 다르다 보니 어느 쪽의 주장을 들어도 맞는 말이자 틀린 말이기도 하다. 기업이 자사 제품에 긍지를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면 상대방 제품 면박 주기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이면 양반이다. 양사는 스파이 공방에 이어 시장 1위 자료조작 논란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양사가 각각 발표한 신형 MP3가 영락없이 ‘닮은 꼴’이었던 것이다.
양사 모두 제품명이 ‘리얼 MP3’인데다가 가격ㆍ규격까지 쏙 빼닮았다. 더구나 이날에는 CDMA휴대폰의 1ㆍ4분기 시장점유율을 놓고 LG전자의 ‘유럽시장 점유율 1위’자료와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자료가 공교롭게(?) 겹쳐 LG전자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내부정보 유출을 둘러싼 스파이 논쟁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사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실로 민망할 정도다.
기업이 일등을 하겠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다만 일등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등 자리에 올라서냐는 것이다. 당장의 제품이, 혹은 당장의 경영 실적이 1위냐 아니냐는 이름난 조사기관들의 발표자료로 홍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의 진정한 순위는 홍보자료나 조사기관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매겨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일등 기업이 되고 싶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자료보다는 최고 기업에 걸맞은 품위를 지켜야 한다. 양사 모두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겠다는 약속이 이제라도 지켜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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