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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한미 FTA의 두 얼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을 전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큰 양자 협정으로 여겨지는 한미 FTA의 타결이 세계시장에 던진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서두르고 있고 미ㆍ일 FTA도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경제 대국들의 양자 협정을 가속화한다고 해도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협상의 신봉자들이 갖는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론자들은 양자 협정이 증가함에 따라 도하개발어젠다(DDA) 같은 다자간 협상은 더욱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무수한 차별적 무역협정만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1만1,000개나 필요한 양자 협정에는 당사국에 따라 다양한 행정적 절차가 요구되는 등 엄청난 협상 비용이 필요하고 협정이 체결될 때마다 특혜가 달라지는 만큼 사업의 불확실성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말하는 소위 ‘스파게티볼 효과’가 나타나면 FTA가 도리어 자유무역를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제네바무역협정(GATT) 체결 60주년에 타결된 한미 FTA를 자유무역의 이단자로 취급하는 셈이다. 반면 국내의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개방 자체에 대해 걱정한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개방으로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수하면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사실을 강조한다. 그들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뒤늦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제적 국수주의에 편승해 보호막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한 한미 FTA를 두 국가 사이에만 호혜적이고 여타 국가에는 차별적인 양자 협정의 하나로 보기보다는 강대국과 맺은 ‘불평등조약’이라고 생각한다. 법률과 규제의 미국화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축소된다면서 서슴없이 ‘경제 신탁통치’ 정도로 간주한다. 물론 미국은 요르단ㆍ바레인 등에서 보는 것처럼 상당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FTA 협정을 체결했다. 또 동북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시기에 맞춰 한미 FTA를 추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따라가기에 역부족인 일본과 빠른 속도로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과의 배타적 내부 통행로가 필요했던 것이지 이념적이고 전략적 필요성이 절실했던 것은 아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경쟁을 촉발하기 위해서도 한미 FTA는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서비스 분야 등에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지극히 방어적인 협정이 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한미 FTA가 거대시장과의 교통로를 열어놓았다고 저절로 통상이 증대되고 고도성장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리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력보다는 정부의 해외시장 개방에 더 의존하는 타성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처럼 지나치게 방어적인 환율정책에 의존해 수출을 늘려서는 곤란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보다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불안한 노사관계와 후진적인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투자가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개방했으면서도 실패한 나라로부터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처럼 국방비 부담이 지나치게 많고 스페인처럼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포르투갈처럼 내수보다는 수출에 치우친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이미 세계시장에는 200여개의 FTA가 체결됐고 앞으로도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한미 FTA는 잠시 동안의 여유를 우리 경제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토 비스마르크 재상의 말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실수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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