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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분식(粉飾)정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될까.’ 외형이 바뀐다고 해서 그 속내까지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빗대 흔히 하는 말이다. ’향단이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해서 춘향이가 될 수는 없는 법.’ 원판 불변의 법칙은 냉정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 행렬이 꼭 이 모양이다. 분식(粉飾)은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벌어진다. 짐 싸들고 집 나간다고 해서 이들이 변할 리 없다. 개인적 가출에서 이제는 아예 집단으로 박차고 나가는 이 희대의 탈출 러시가 언제, 어떤 형태로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아마 머리 회전이 빠른 의원이라면 하루빨리 하선하는 게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그나마 남은 길이라고 판단, 탈당의 대열에 합류할 게 분명하다. 침몰하고 있는 열린우리당호를 버리고 앞다퉈 뛰어내리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지난 4년간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확인한다. 이들 탈당 의원들의 엑소더스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다들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도대체 권력이 뭐길래 제 한몸 살겠다고 도망치듯 탈당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는 3년 전 민주당에서 뛰쳐나올 때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가출도 처음 하기가 어렵지 자주 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다. 탈당 전력이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번 무더기 탈출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집 싫다고 가출하는 철부지 사춘기 애들도 아니고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 이유와 명분은 납득의 여지가 없다. ‘당을 깨고 새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대통령의 비난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탈당파 의원들의 자기 항변은 궁색하기까지 하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행여 지금의 정치구도가 흔들릴까봐 ‘기획 탈당’이니 ‘뺑소니 탈당’이니 하면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짜 화나고 흥분해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다. 백년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돛을 올렸던 열린우리당은 창당 고작 3년3개월 만에 사실상 분당이라는 사태에 직면해 있어 조만간 침몰이 불가피해보인다. 백년 이상 가는 정당을 만들자며 술잔을 높이 치켜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년은커녕 십년도 유지 못했으니 참 민망하다. 잃어버린 지난 4년에 대한 책임과 통렬한 반성의 자세 없이 오로지 또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제 한몸 살기 위해 탈당한 것이라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기업의 분식회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실제 국내 일부 기업들은 참여정부에서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나 엄청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마땅히 할 일을 했고 기업도 투명하게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정부는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자백하면 면죄부를 주겠다며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기업의 분식회계에 핏대를 올리던 의원들이 오히려 분식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너는 안되지만 나는 된다는 식이다. 열린우리당의 옷을 벗어던지고 다시 정치판에 나서겠다는 것은 분식을 넘어 기만이다. 탈당으로 그동안의 과오를 덮겠다는 생각이라면 엄청난 오산에 착각이다. 그럴 바에는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난다고 하는 것이 더 쿨하다. 국민들은 책임 회피를 위한 탈당이나 간판 교체가 아닌 집권당의 책무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책임 있고 믿을 수 있는 정당을 바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의 과오에 대해 으레 정치판은 그러려니 하며 관대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들 분식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한다. 심판은 바로 유권자들의 몫이다. 분식을 한 기업들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처럼 분식정치를 일삼는 정치인 정당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 분식 정치인들이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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