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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4일] 초저가 마케팅의 허실


지난 1월 ‘중국 하이난 2박3일 4만9,900원’ 여행상품으로 하이난에 다녀온 이모(37)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유류할증료 18달러(약 2만5,000원)를 포함한 세금은 물론 현지 관광지 입장료, 식사, 전용 차량 이용료, 현지 가이드 비용 등 20만여원의 여행비용을 추가 부담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이 워낙 싸 추가 비용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제시한 가격보다 4배 이상 비싼 건 너무한 거 아니냐”며 “여행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사전에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내 탓도 있다 보니 속만 끓였다”고 말했다. 불황이 깊어가면서 전업종에 초저가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가 초저가 마케팅을 얄팍한 미끼 상술로 악용,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씨의 사례로 본 하이난 상품을 비롯해 일본 2박3일, 태국 3박4일 여행 가격이 10만원을 밑도는 상식 밖의 초저가 상품들이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결과적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품 구매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가 전략은 불황기에 소비심리를 살릴 수 있는 마케팅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초저가를 미끼로 한 속임수 전략이 오히려 해당 업체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 환율폭등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여행업계는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200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7%, 82%나 급감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1위 업체의 사정이 이 정도이니 중소 규모 여행사의 사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반기 들어 문닫은 중소업체가 1,000여개로 추정되고 자금난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행사 사장만도 4명이나 된다. 사정이 이런데 미끼 광고에 속아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들이 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에 고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렇잖아도 소비자 분쟁이 적지않은 여행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행상품을 불신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꽁꽁 닫으면 자금압박이 가중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10여년간 여행업계에서 일해온 김모 사장은 “여행업계 전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긴 안목으로 정도(正道)를 걷는 전략을 펴야 한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겪는 불황기인 만큼 고통을 분담해 다 함께 살자는 공생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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