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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기각, 轉禍爲福 기회 삼자

[사설] 탄핵기각, 轉禍爲福 기회 삼자 헌법재판소가 14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함으로써 지난 3월12일 국회의 탄핵의결로 직무와 권한이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이 63일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하고 국정이 정상을 되찾게 됐다. 헌재판결의 요지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 중 상당 부분에서 위법성이 인정되나 그 위법성이 대통령을 파면시켜야 할 만큼 위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같은 판결은 법리적ㆍ정치적 판단 이전에 상식에 부합되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탄핵가결 이전부터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본다. 헌재판결은 그 같은 민의를 인용한 것이다. 민주절차 지킨 것 큰 의미 탄핵 이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에 반대했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4ㆍ15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탄핵을 반대한 열린우리당에 과반이 넘는 의석을 주었으며 반면 탄핵주도 세력들에는 쓰라린 패배를 안겨주는 국민적 심판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는 탄핵기각이 갖는 의미는 우선 헌정사 초유의 불상사인 대통령 탄핵사건이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결론에 이르게 되고 찬반을 떠나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숙된 민주역량을 과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숱한 정치적 격동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민주적 역량을 축적해온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를 갖고 있지만 탄핵은 확고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반 없이는 시행이 불가능한 제도다. 그것을 해냈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탄핵안 의결과정에서 국회에서 일시적으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그후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등 시민의 저항 움직임이 있었으나 자제력이 발휘돼 질서와 평화의 기조를 유지한 것도 성숙된 모습이다. 탄핵의 양 당사자 사이에 반성과 화해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헌재가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헌법수호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은 엄중한 판결이다. 직무정지기간 동안 상당히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 노 대통령은 15일 중으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의 뜻과 함께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그런 자세를 임기 마지막 날까지 견지하길 바란다. 한나라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에게 염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를 표명한 것도 민의를 존중하는 보기 좋은 자세다. 야당은 이제부터는 결코 정쟁목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무책임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아는 책임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헌재의 탄핵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법과 절차상의 미비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결코 탄핵받는 대통령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불상사가 다시 발생할 때에 대비, 보완될 것은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긴요한 것은 헌재의 심의에 넘기기 전에 국회에서 탄핵사유에 대한 조사과정을 거치고 대통령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문제다. 대통령측 변호인단이 이것을 이유로 탄핵의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은 데 대해 헌재는 '국회의 관행'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문제의 소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에도 그 같은 조사과정 없이 탄핵안이 헌재에 넘겨짐으로써 헌재의 독자적 심리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법의 미비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증인의 채택 및 법정출석 문제, 증언거부, 검찰의 내사ㆍ수사자료 사본의 제출 등과 관련된 법의 미비점이 대표적인 예다. 국회의 조사가 필요한 것은 그 같은 조사절차를 거치면서 탄핵사유가 더욱 공고해지든지, 희석됨으로써 헌재로 넘기기 이전에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 조사는 국회운영이 고도로 민주화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민생안정에 매진하기를 탄핵기각 이후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선택이다. 노 대통령은 탄핵기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고 그럴 여건도 조성돼 있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졌다. 대선과 총선은 4년 후의 일로 당분간 대통령이 정치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따라서 오로지 민생을 챙기는 일에만 전념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북핵 문제나 이라크 파병과 같은 외교적 현안도 있지만 더 다급하고 심각한 문제는 경제난이다. 그것은 국내외적 요인들이 복합작용하고 있다는 데서 풀기도 쉽지 않다. 개혁을 하더라도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탄핵기각과 원내 안정의석에 담긴 민의가 민생안정임을 노 대통령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5-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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