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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9일] 中企 간담회 '무용론'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며칠 전 한 경제단체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당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나오겠거니 하고 잔뜩 기대하고 갔지만 정작 간담회 내용은 일상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기업 대표들을 갑자기 모이라고 해서 뭔가 남다른 지원책을 예상했는데 결국 일자리를 늘리라는 이야기만 듣고 왔다”며 “회사가 필요한 애로사항은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한갓진 얘기만 늘어놓는다며 다시는 이런 행사에 얼굴도 보이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고 한다. 최근 대통령이 앞장서 중소기업 챙기기에 나서자 툭하면 간담회가 열리는가 하면 관련 기관장들의 현장 방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속 빈 강정’인 사례가 적지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숱한 기관 및 단체들의 애로 실태조사, 자금난 설문조사 등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일선 기업들은 정상적인 업무마저 어려워질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검불은 날리고 알곡만 남겨야 한다는 옛말이 새삼 다가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 지난달 열린 한 협회가 주관한 대정부 간담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당 부처의 요청에 따라 급조됐다는 이날 간담회는 결국 명함을 주고받는 인사치레에 머물렀고 나중에는 사장들끼리 단순한 경영정보를 교환하는 친목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귀를 활짝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요즘처럼 중소기업들이 매일같이 고된 나날을 보낼 때라면 더더욱 필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면피용 생색내기 자리로 일관한다면 정부가 과연 기업들의 고충을 온마음으로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의 속사정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단 1번의 자리가 10번의 행사성 간담회보다 훨씬 낫다는 게 기업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 몰린 우리 중소기업들은 지금 기관장들의 생색내기에 한가롭게 호흡을 맞춰줄 여유가 전혀 없다.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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