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9월8일 보스턴. 북미 대륙 최초의 대학이 문을 열었다. 목사 양성을 위해 세워진 학교의 이름은 뉴 칼리지. 말이 대학이지 달랑 학생 9명으로 출발한 이 학교는 오늘날 하버드대학교로 불린다. 명문으로 발돋움한 첫번째 계기가 바로 교명 변경. 1838년 31세 때 폐결핵에 걸려 요절하면서 800파운드와 서적 400권을 기부한 존 하버드(John Harvard) 목사 덕에 교사를 증축하고 도서관을 꾸며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났다. 구매력으로 평가한 당시 돈 800파운드의 가치는 요즘 돈 14만7,871달러 상당. 책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기부한 서적의 가치는 훨씬 컸다. 셰익스피어의 후원자였던 외삼촌에게 물려받은 책을 학교에 기부한 하버드 목사의 이름이 대학에 새겨진 것은 1639년 3월. 사망 6개월 후였다. 하버드 목사가 남긴 400권으로 출발한 이 대학 중앙도서관은 1,530만권을 소장, 세계 4대 도서관으로 꼽힌다. 800파운드로 시작한 대학기금은 2005년 현재 259억달러. 대학으로서는 세계 1위다. 학생 9명은 2만여명(대학원생 1만3,000여명 포함)으로 불어났다. 개교 371년 동안 배출한 인물도 부지기수다. 미국 대통령만 13명이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는 41명에 이른다. 하버드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동문은 전사자. 캠퍼스 곳곳에 조국을 위해 싸우다 사망한 재학생ㆍ졸업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버드로 대표되는 미국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저력이 여기에 있다. 공공에 기부하고 위험한 일에 솔선수범하는 정신. 반대인 나라가 있다. 기부에 인색하고 가진 자일수록 병역을 기피하는 곳, 목사의 기부는 더욱 찾기 힘든 사회, 그러면서도 국가와 대학의 경쟁력이 낮다고 타령하는 나라. 한국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