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7월 17일] '법' 앞에 부끄러운 검찰

“범죄자들이 검찰을 우습게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직을 사퇴한 직후, 한 평검사는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천 지검장의 예상치 못한 낙마는 검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구시대의 관행쯤으로 여겼던 이른바 ‘스폰서’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대가성 없는 물질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범죄가 성립되지는 않겠지만 부정부패 수사를 본업으로 하는 검찰이 범죄혐의자를 떳떳이 조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의 모토인 ‘법질서 확립’을 주도하는 법무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각종 불법시위나 파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검찰의 수사를 지휘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낸 성명이나 자료에는 ‘엄정 대처’ ‘배후자 색출’ 등의 단어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 내부의 부도덕함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천 지검장뿐 아니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서는 현직 검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천 지검장의 도덕성 검증에 묻혀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청문회에서 보여준 법무부의 태도 역시 ‘법질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무부가 청문회에 필요한 검증 자료의 제출을 이런저런 핑계를 들며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법무부는 자료 제출에 가장 비협조적인 부서로 국회의원 보좌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불법집회나 파업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국민이 뽑은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는 것도 진정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17일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공포된 ‘제헌절’이다. 9차례에 걸쳐 개정된 현행 헌법은 범죄에 대한 수사의 전권을 사실상 검찰에 부여했다. 국민이 법무부와 그 소속청인 검찰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막강한 권한 때문일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제헌절을 계기로 헌법이 자신에게 부여한 책무를 행사할 만한 도덕성과 진정성을 갖췄는지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