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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자다움'이란… 유치함? 미덕?

■남자다움에 관하여 / ■하비 맨스필드 지음, 이후 펴냄



한 소년이 길을 걷다가 다른 소년을 마주쳤다. 초라한 옷차림에 맨발인 소년과 달리 그는 깨끗한 옷에 구두까지 신은 도시소년이었다. 소년은 곧 이 도시 소년에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시 소년 역시 마찬가지다. 무의미한 논쟁을 시작하던 두 소년은 난투극을 벌인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의 한 장면이다. 누가 누구에게 무어라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소년은 왜 싸우게 된 걸까? 하버드대 교수이자 네오콘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 하비 맨스필드는 그의 책'남자다움에 관하여'에서 이 장면을 트웨인이 우화 형식으로 유치한 '남자다움'을 풍자한 것이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같은 '남자다움'은 오늘날에는 보통 유치하거나 비합리적인 거만함 으로 해석되지만 맨스필드는 이같은'남자다움'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남자다움에는 영웅적인 무언가를 지닌 미덕이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이름부터 '남자다운' 저자 맨스필드(Mansfield)가 말하는 '남자다움'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이끌고 명령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그는 남자다운 남자는 모두에게 자신이 지닌 확신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그의 명령을 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톰이 "저 도시 소년을 이기고 말겠다"는 확신은 유치해 보여도 사실상 영웅이 될 수 있는 기질로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력이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남자다움'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음을 뜻한다는 맥락에서 볼 때 남자다움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인간의 능력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성'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Man)가 '남성'과 '인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이유라며 진리인듯 말한다. 그는 '남자다움'의 필요성을 말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크 트웨인 뿐 아니라 헤밍웨이, 키플링 등의 작가와 플라톤, 마키아벨리, 마르크스, 니체 등의 철학가까지 수 많은 사료와 예시들을 끌어왔다. 2006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언론 및 비평가들로부터 '매력적으로 뻔뻔한 주장','소크라테스가 되고자 했지만 철저히 실패한 학자의 글'등의 비판과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맨스필드가 억눌려 왔던 여성성을 긍정적 가치로 전환시켜온 페미니즘의 역사를 무시하고 페미니즘을 왜곡했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현대 사회가 '성 중립 사회', 정확히는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 내버려두지 않는 사회'라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그가 말하는 성 중립적인 사회는 평등이라는 이상 아래 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이나 구분을 없애버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라는 것. 다소 황당함이 있을지언정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들로 가득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그의 주장의 출발점은 공감할만하다. 또 수많은 학자와 문학가들을 동원해 그동안 상식이나 통념의 수준에 있던 것을 교양과 학술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그의 주장을 통해 남자다움이란 사라져야 할 악인지, 혹은 지켜져야 할 미덕인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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